[정찬호의 사회 칼럼] 언제나 국민이 주인이다

차악을 선택한 20대 대선 그러나 우리가 있다.

2022년 3월 9일 전 국민의 근심과 걱정 속에서 진행된 20대 대선, 치열한 접전 끝에 24만 표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위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제치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1) 개표방송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이들은 줄어들지 않는 20만 표 차를 보며 안도인지 한탄인지 모를 착잡한 마음을 한숨에 담아 내뱉었으리라.  

 

중대한 선거

이번 대선은 상당히 중대한 선거다. 20대 대선을 통해 창출된 새 정권은 중대한 과제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사회 치유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 19로 개인과 사회는 총체적인 손해를 입었고 코로나 이전에 대두하였던 '젠더갈등'과 '불평등' 등 사회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가고 있으며 성별, 세대, 소득에 따른 분열도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여러 문제가 얽힌 복잡한 정국에서 새 정권은 사회를 회복시키고 분열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상처 주기는 쉽지만, 상처 입은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주기는 어려운 것처럼, 분열된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기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유능하고 유연한 정권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선택이어야만 했던 20대 대선은 최악의 대선이라 불리게 되었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한 논란들이 후보들을 따라다녔으며 후보들 배우자들의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통합을 도모해야 할 후보들이 표를 위해 국민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후보들의 공약에서 드러난다.

 

 

이용된 갈등과 분열

윤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사법 ·행정교육]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 공약에서 윤 당선인은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시대적 소명이 다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의 부처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2) 2030대 남성의 여성가족부 폐지 요구를 의식한 공약으로 보인다. 이 밖의 몇몇 공약에서도 2030대 남성층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반면 이 후보의 공약에서는 여성층을 고려한 공약을 찾아볼 수 있다. ‘고용 평등 임금공시제’ 도입과  여성 1인 가구 주거안전시설 지원 공약 등이다. 여성가족부에 대해서는 개편 의지를 밝혔다.3) 

 

후보들이 2030대 남녀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이 후보와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공약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강경한 태도를 강조하며 2030대 남성들의 지지를 호소했으나 실질적인 공약은 이 후보의 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여성층이나 중도층에서 큰 역효과를 맞을 수 있는 '폐지'라는 단어를 강조한 것은 2030대 남성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함이었다고 보인다.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후보들이 통합을 위한 공약보다는 분열을 이용하기에 바빴다.


이러한 후보들의 '분열 이용 작전'의 결과는 윤 당선인에게는 2030대 남성의 표가, 이 후보에게는 2030대 여성들의 표가 결집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분열과 갈등으로 태어난 정권

이렇게 갖은 술수와 부정적인 이슈로 점철된 선거의 끝은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의 처절한 승리로 끝났다. 이제 그들은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러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해 창출된 새로운 정권이 국민통합과 사회 치유라는 중대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새 정권이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보건대 분열과 갈등이 봉합될 것 같지는 않다.  

 

 

언제나 국민이 주인이다.

그러나 일꾼이 일을 못 하면, 다른 일꾼을 들이면 된다. 들일 일꾼이 없으면 주인이 직접 일을 하면 된다. 과제 수행을 명령받은 새 정권이 그 일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국민 통합과 사회 치유를 이루자. 우리는 정치권에 일을 맡긴 주인이지 종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종들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청한다.

 

간절히 청하오니 첨예하게 칼을 맞대고 있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한 발자국만 물러서 주기를, 여러분들 모두가 팽팽한 긴장과 삶의 피곤함 속에서 고통받고 있음을 알지만, 염치없이 청하오니, 마음속 깊은 곳의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그리하여 우리가 한 발자국 물러설 때 비로소 우리의 피와 살을 뜯어 제 배를 채우고 있는 종을 볼 수 있게 되면, 그들에게 누가 주인인지 알게 해줍시다.   

 

참고

1) 선관위 개표현황

2) 윤 당선인 10대 공약

3) 이재명 후보 여성 5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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