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정치 칼럼] 윤석열, 쇼하지 마라

할 줄 아는 건 청와대 개방 퍼포먼스뿐,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는 어디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은 청와대 개방,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물건너 간다며 무리하게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1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청와대 개방이라는 이유 때문에 추진된 것이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장했던 책임총리제,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의 상징일 뿐이지 그 자체가 지니는 커다란 정치적 의미는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이라는 상징에만 집착했을뿐,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며 청와대를 용산으로 장소 이동만 한 우스운 꼴이 되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제왕적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현행 한국의 대통령제가 마치 제왕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 대통령도 없는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에서는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만 가지고, 의회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예산 삭감밖에 없다.2 또한 의회가 생각하기에 대통령의 예산 편성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예산편성에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대통령 발목잡기라고 비춰질 수 있으니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고작 대통령 한사람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된 경우가 많았다.

 

현행 제도를 제왕적 대통령제로 부르는 또다른 이유는 비대한 대통령실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까지 대한민국의 청와대는 정권을 거듭할수록 그 힘과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장 최근의 사례만 보아도 박근혜 정권시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마디에 블랙리스트, 사법농단,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사건 등 온갖 불법적 일이 자행되었고,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은 자리를 이용해 월권을 행사하고 사익을 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조국 민정수석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며 법무부장관보다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뿐만 아니라 현행 정부조직법상 공식적으로 직함이 명시된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처장, 국가안보실장 뿐임에도 역대 정부에서는 온갖 수석들의 수를 늘려 내각과 의회를 패싱하고 청와대 독단으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책임총리제란

이번 대선 당시 책임총리제는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던 이재명 당시 후보가 역전을 위한 카드로 다당제와 책임총리를 대선의 주된 이슈로 부상시켰기 때문이다. 책임총리제란 총리의 역할은 강화하고 대통령의 권한은 약화시켜 민주주의의 심장인 의회의 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총리제는 다당제가 선행될때 비로소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양당체제이거나 일당독주가 될 경우 총리의 역할을 대통령과 여당의 대리인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 그리고 다당제는 유기적이며 다당체제가 형성되어야 책임총리제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체가 맞물려 정치개혁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는 실종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제왕적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왜 문제였는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가의 주요한 정책으로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로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 이런 국가의 중대사를 본인 독단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의회의 동의를 거쳐 이루어졌어야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하루 빨리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예비비를 사용했다. 이런 중대사를 국회를 거치는 추경심사가 아닌 정부의 자의적 집행이 가능한 예비비로 집행했다는 것은 본인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임기 5년을 제왕으로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에 협조하며 임기 끝까지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또한 이런 무리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김건희씨 녹취록과 관련하여 무속논란을 다시 한 번 자초했으며, 너무나 갑작스러운 집무실 이전으로 공관이 마련되지 않아 대통려의 출퇴근으로 인해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까지 초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제왕적 행보는 비단 대통령실 이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2부속실과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며 비대해진 청와대를 슬림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민사회수석실을 강화고 , 민관합동위원회를 두는 것은 대통령실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대선 중 책임총리라는 공약을 내걸었으면 최소한의 협치가 필요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없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윤석열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정치적 메시아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씨 탄핵을 통해 당선되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민생은 제쳐둔 채 검찰개혁만 외치는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에 힘입어 탄생했다. 이렇게 대통령 한 명이 모든 것을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탄생한 대통령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혁을 주도해야한다는 환상에 휩싸여 다당제 하의 책임연정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 된 이유도 이와 같다. 권력구조 개편이나 조직 개혁은 정부의 힘이 가장 막강한 정권 초에 진행되어야한다. 임기 중에는 조직의 반발로 선뜻 개혁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반발이 없더라도 정부가 기존에 이어오던 방식을 선뜻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처럼 임기초에 이미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임기초 본인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며 책임총리제와 협치,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깨부쉈고, 결국 500억원 남짓하는 혈세만 낭비하며 청와대라는 시스템은 방치한 채 공간만 이동한 꼴이 되었다.3 

 

윤석열에게서 문재인과 탁현민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은 탁현민을 비서관으로 두고 온갖 쇼를 진행하던 문재인 정권을 연상케한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청와대 공간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청와대 시스템은 개혁하지 못한 채, 고작 청와대 개방을 통일이라도 한 것 마냥 생색을 내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인사들, 한 자리씩 해보려고 여당과 대통령 주변을 서성히는 종편의 앵무새들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무능한 정부는 쇼와 홍보, 선전에 집착하고 유능한 정부는 결과로 입증한다. 지금까지의 윤석열 정부를 보면 유능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그러나 무능함을 청와대 개방같은 쇼를 통해 포장하는 한심한 행동은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참고 및 인용출처

1. 참고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35557.html

2. 참고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41510193776109?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3. 참고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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