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학교는 작은 사회이다.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전교임원이라는 총괄 리더가 존재하며, 더불어 일을 처리하는 학생회가 있고, 또 국가로 치면 마치 시장과 같은 역할인 반 임원 또한 존재한다. 물론 선생님들의 비중이 그들보다 훨씬 크겠으나, 그 자리 자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은 그 자리를 갈망하고, 또 선망한다. 그러나, 학생의 대다수는 전교임원 선거는 물론, 반장 선거에도 선뜻 출마하지 못한다. 당연히 그 중 고반수는 그저 그 자리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몇몇은 그렇지 않다. 마음속으로는 갈망하지만, 다른 '어떤 것'에 짓눌려 출마 자체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 '어떤 것'은 바로 '낙선의 두려움'이다. 

 

'낙선'이라.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물론 그와 반대로 '당선'이라는 크나 큰 기쁨 또한 존재하지만, '낙선' 이라는 단어는 그 기쁨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은 그 두려움에 맞설 자신이 없어 출마자체를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사실 나도 그 많은 학생들 중 한명이었다. 1년전, 즉 초등학교 졸업반 시기였다. '전교임원'을 뽑는다는 공지가 선생님으로 부터 내려왔을 때, 난 순간 가슴이 뛰었다. '당선' 되었을 때 그 기쁨을, 또 무엇보다 학생 리더 로서의 뿌듯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끝내 출마 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낙선'의 슬픔 또한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늘 성공만 겪는 것이 아니듯, 나 또한 당선과 낙선, 이 둘 모두 경험해보았다. 난 내가 선거의 결과를 통제 할 수없다는 것을 경험으로서 알게되었고, 그것은 나의 뼈속까지 새겨졌다. '낙선의 두려움이 나의 출마를 막아선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난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됐다. 사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출마를 권하기도 하였고, 그 말들은 나로 하여금 마음을 '출마' 쪽으로 움직이게 하였다. 그럼에도 그때의 난 단지 '낙선의 두려움' 이라는 변명으로, 나의 마음속 갈망을 외면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엔 그저 '난 왜 그때 용기내어 출마하지 못했을 까?' 라는 물음이 맴돌았을 뿐이다. '낙선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당선에 대한 갈망'만이 남아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한가지 분명했던 것은 미출마의 후회가 중학교에서의 반장 선거 출마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것 또 미련이 남을 정도의 간발의 차로 말이다.  그렇게 낙선하고 나니,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차라리 처음부터 안나가면 될 것을. ' 그런 생각이 솔직히 말해 한 1주일은 들었던 것같다. 친구들의 위로에도, 부모님의 위로에도 낙선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내가 맨탈이 약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만, 선거의 잔해가 남아있는 칠판만 보아도 낙선의 추억이 떠올랐다. 내가 두려워 했던 만큼, 여운은 길고, 또 진했다.

 

그러나 낙선한 뒤 첫 일주일이 지나고, 난 비로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비록 낙선하긴 했어도, 그것이 마냥 살패뿐은 아니었다는 사실 말이다. 1년전의 나는 그 조금의 용기도 내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난 나의 최선을 다했고, 지난날의 비겁한 나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거두었다. '행동하지 않은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절실한 노력을 행한다면,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나에게 중요한 영양분이 되어 또다시 날 키워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학기가 되면 다시 새로운 반장과 부반장을 선출하게 된다. 지금이야 '출마'의 의지가 더 강하긴 하지만, 그 때의 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모르겠다. 허나 나다운, 용기있는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물론 낙선 할때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없지만, 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끝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난 당신을 응원하겠다.  설사 실패라 하여도 낙선의 추억을 회상하며, 용기있는 자신에게 박수 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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