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연의 독서 칼럼] 숨결이 바람될 때

<숨결이 바람될 때> 라는 제목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죽음의 당사자인 폴 칼라니티는 신경외과 의사였다. 원래는 의사를 하려는 뜻이 없던 그는 문학,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관심을 보였는데 책의 한 구절에서 뇌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의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이렇게 시작한 의사 생활이 이어져 그는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게 되었는데, 의사로서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암이 찾아왔다. 하지만 의사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설정하며 끝까지 의사로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삶을 마무리했고 .그의 숨결은 37세의 나이에 바람이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건 의사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폴 칼라니티의 다양한 내면이 나타난다. 의사가 아니라면, 환자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결국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내가 얻은 것은 내 삶에 대한 성찰과 나만의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의문이었다. 우선 폴 칼라니티의 의사로서의 삶에 주목해보자. 폴 칼라니티는 뇌 수술을 진행하면서 뇌의 특정 부분에서 수술 과정에 1mm라도 오차가 나면 감정이 뒤바뀌는 환자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은 뇌의 화학 반응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습에 나가 저마다 다른 수많은 죽음을 만나게 된 그는 환자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도망치지 않고 죽음을 잡아 정면으로 맞서 싸워 늦추는 것이 의사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치열하게 몸을 사리지 않고 환자를 수술하며 죽음과 항상 최전방에서 싸웠다. 이렇게 그가 힘들게 지켜왔던 의사로서의 소신은 암 판정을 받고 환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폴 칼라니티는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는 요통, 체중 저하 등의 증상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짐작했다. 원래는 의사인 그에게 요통과 체중 저하는 모두 질병의 증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그 고통을 겪고 쓰러졌을 때 질병의 증상들이 환자들에겐 죽음만큼 두려운 아픔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본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주는 약을 의료진의 판단 하에 처방 받지 못한 그는 두려운 고통을 해결해주지 않는 의료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의사로서의 생활을 돌아본다. 그리고 결국 의사의 본분은 환자와 환자의 가족이 아픔, 그리고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남은 삶의 가치를 찾는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를 살리는 것, 남편이자 아빠로서 그들을 충분히 사랑했던 기억을 남기는 것을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결국 그도 환자로서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에서 사랑, 희망 명예, 두려움, 자신만의 가치 등 모든 삶의 요소들은 단순히 뇌의 화학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죽음에 맞서며 누구보다도 두려움이 없어보였던 그는 끝까지 자신의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숨결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고 바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결국 본인의 삶을 후회없이 살고자 했던 강한 의지가 죽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폴 칼라니티는 이 책을 아픈 와중에도 새벽까지 써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1 나는 그의 삶을 보면서 나도 마지막 내 숨결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 사라지기 보다는 편안하게 바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매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오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내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 내가 겪은 모든 순간들은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본인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각주

1.책 <숨결이 바람될 때> 2부_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참고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