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우의 국어 칼럼] 국민을 배려하는 공공언어를 위하여

얼마 전 뉴스를 보던 중 어이없을 정도로 기막힌 일이 있었다. '두 시장 후보 간의 리턴 매치가 주목된다.' 재대결, 재격돌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불필요한 영어를 쓰는 것이다. 과거 '블랙 아이스'란 단어를 보고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다. '도로 살얼음'이라 하면 될텐데 멋들어지게 영어로 써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야 할 언어가 본래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공공언어를 쉽게 써야할 필요를 느꼈다.

 

공공언어는 좁은 의미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일컫는다.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언어가 포함된다.  각종 공문서, 대중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 거리의 현수막이나 간판, 계약서, 약관, 사용 설명서, 강의할 때 사용하는 언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1 

 

공공언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쉬운 언어로 써야 한다. 국어기본법 제14조(공문서의 작성·평가) 1항에서도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나 공공 기관, 언론에서 멋들어지게 외국어, 외래어,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통지서가 왔는데 말이 너무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행정 기관에 물어 물어 겨우 겨우 처리했다. 이건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게 되면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 엄청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결국 어려운 공공언어 사용은 저학력층이 정보를 수용하기 힘들게 만들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늘린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현재 공공언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쉽게 써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국립국어원에서 2014년 ‘한눈에 알아보는 공공언어 바로 쓰기(공공언어 바로 쓰기)’라는 책자를 만들어 공공기관에 배포하였다. 2019년 개정판을 만들어 여러 부처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2 대체 무슨 이유로 공무원들은 공공언어를 개선하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지금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거버넌스, 퍼실리테이터, 아트테리어, 벤처인큐베이터' 같은 단어는 공무원 사이에서 숱하게 써왔다. 그러니 "나는" 알아듣겠고 못 알아듣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귀찮게 시간 들여 순화어를 찾아보기 싫다. 다른 공무원들이 안 쓰는 말을 써 튀어 보이기도 싫다. 또한 어렵게 말을 쓰면 질문, 추궁이 적다. 상대가 문서를 이해해야 자신에게 질문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말을 쓰면 있어 보인다. 정책 대상자인 주민들도 그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노후 간판 교체 지원 사업만 하더라도 ‘예술 장식가가 제작한 간판으로 교체’보다 ‘아트테리어가 디자인한 간판으로 리모델링’에 상인들의 반응이 훨씬 호의적이다.3

 

그러나 이대로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분명 말을 듣고 있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고 세련됨 같은 언어의 부수적인 기능만 강해진다.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인 소통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사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사회 불평등 현상은 심화되고 두 집단 간 갈등이 깊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공공언어를 고칠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침서만 배포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 강의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침을 준수하였는지 올바른 평가가 정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2021년 국어기본법이 개정되면서 202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공기관등이 작성한 공문서등에 대하여 제1항에 따른 사항을 매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누리집 등에 공개하여야 한다“는 지침이 추가됐으나 정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관건이다.

 

공공언어 개선은 우리나라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국가에서 사회 의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집단 간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 통합을 이룩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우리 모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배려하며 노력하자.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https://www.inews24.com/view/1409369
2.인용:https://www.inews24.com/view/1409369
3.참고:https://www.plainkorean.kr/ko/story/add-thinking.do?mode=view&articleNo=33065&title=아무나+쓰고+아무도+모르는+거버넌스%2C+너+뭐니%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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