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울의 반도체 칼럼] 반도체 산업 다시 걸음마부터

 

 

반도체에 관해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반도체의 7공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얼마나 많은 공정이 필요한지 알게 되면서 반도체가 결코 쉽게 얻어진 우리 문명의 결과물이 아닐 것이라 감탄하기도 했다.1 그와 함께 공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증폭되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분야로 내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 내가 항상 의문이 들었던 것은 ‘과연 우리나라는 반도체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언제나 메모리 반도체의 최신 경향을 선도하는 것은 맞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모든 반도체 산업의 극히 일부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가 가진 환상들도 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반도체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현재 상황을 분석해 이를 칼럼에 담고자 한다.

 

시작에 앞서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진단해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강점은 무엇일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당연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이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의 전체 파이에서 56.7%를 차지한다. 그 뒤를 미국과 일본이 따르고 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 비중이 5%에 불과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제조장비나 후공정과 같은 분야에서는 전혀 비중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2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우리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ASML과 같은 노광장비 제조 기업은 그 영향력이 매우 크며, 삼성이나 하이닉스도 그들의 장비 공급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지금 당장 고등학생 100명에게 '반도체 최강국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 중 80%는 우리나라를 꼽을 것이다. 나만의 억측은 아닐 것이다. 비단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 마저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의 성과를 상당히 과대평가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매번 언론에서는 우리가 보고 싶은 소식만을 전하고 그러한 행복한 뉴스에 우리는 흠뻑취해 아름다운 청사진만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어린 학생들이 우리 반도체 산업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최근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정책을 준비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가 경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물자라고 생각해오고 있다고 느껴졌다. 특히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하여 여러 의견을 내놓았던 것에 적극 우리 정부가 반응하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 반응의 내용의 핵심은 ‘인재 양성’이었다. 5년간 기술연구에 1조 원의 금액을 투자할 것이며 반도체 관련 인재를 7,000명 이상 양성해 AI 반도체에 전념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3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고 나는 그러한 발표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강의 시스템 강화, AI 반도체 대학원 설립, 반도체 공장입지에 관한 문제, 비메모리와 장비 산업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들에서 내 확신은 더욱 굳건해졌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가 물론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5년간 수천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해 숫자만을 양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것이 결코 반도체 분야의 고급화로 이어지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게 될지, 그 교육의 품질이 우리가 기대한 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내가 그 교육의 대상자가 된다면 '짧은 기간동안 실험적으로 내가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가?', '새 정부의 포퓰리즘에 희롱당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앞으로 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시작과 관련한 뉴스와 정부의 구체화되는 정책의 내용을 예의주시하며 좀 더 지켜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반도체 세상이 펼쳐질까? 대한민국 국민은 훌륭하다. 좋은 정책과 방향제시만 있다면 우리는 세계 일류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여태까지 메모리 반도체에서 그런 능력을 보여왔다면 이제 다른 분야에서도 그 영광을 재현할 시점이다. 정부의 발표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비메모리와 장비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반도체에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며 다가올 미래가 너무 기다려진다.

 

<주석>

1. 참고: https://blog.naver.com/yinhyui98/222806565825
2. 참고: https://www.inews24.com/view/1499315

3. 참고: https://blog.naver.com/mcst_pr/22280867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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