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인의 독서 칼럼] 바나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책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는 '아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우리가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희생으로부터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 번쩍거리는 새 물건들을 얻고 있다면,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행동 자체가 더 많은 희생들을 만든다면, 그걸 알고도 마냥 즐거워할 수 있을까? 아마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마음이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목적이자 주제, 올바른 소비를 위한 아는 것의 힘. 나는 책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 소비들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바나나와 생물다양성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지만 바나나는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과거에는 바나나가 수입금지품목이어서 값이 매우 비쌌는데 당시 소고기 한 근 값의 5-6배와 맞먹었으니 그 정도가 짐작이 갈 것이다. 바나나는 그야말로 귀족과일이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과거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맞이할지도 모른다. 바나나가 다시 아주 귀해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닥쳤다. 바나나에 전염병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오직 캐번디시(Cavendish)라는 품종의 바나나만 재배되고 있다. 바나나는 원래 다른 생물들처럼 여러 품종들이 존재했지만 결국 유전적으로 단일한 한 품종만 남게 되었다. 한 품종만 계속해서 개량해 모든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단일해져 심각한 단점을 가지게 되었다. 유전적으로 모두 같다보니 특정 질병에 똑같이 취약한 것이다. 만약 다양한 품종이 남아 유전자가 다양했다면 분명 질병에 끄떡없는 품종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캐번디시 단 하나의 품종만 재배하기 때문에 캐번디시라는 품종에 전염병이 돈다면 캐번디시 바나나 전체를 휩쓸게 되버릴 수 있다. 이것이 바나나가 전염병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이자 생물다양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만약 정말로 바나나가 멸종된다면,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건 분명 입맛에 맞는 바나나만 원한 인간의 욕심 탓이다.1 

 

필자는 한 챕터만 소개했지만 이 책은 다양한 주제의 소비들을 담고 있다. 컵라면은 아마존 오랑우탄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보카도가 어떻게 사람이 마실 물을 빼앗는지, 어린아이가 도대체 왜 전자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잠을 자는지 등등 마트에 보기좋게 진열되어있는 새 물건들 속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들을 하나씩 들춰준다. 책을 읽고나면 그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느껴진다. 나의 작은 소비 하나하나가 지구를 밝게 만들고 혹은 더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푹푹 찌는 여름에 밖에 나가면 반팔티셔츠를 입고,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과일을 먹으며 에어컨 바람을 쐰다. 온몸이 시린 겨울에는 두터운 패딩을 입고 뜨끈한 라면 국물을 마신다. 모두 우리의 평범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입고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진실들을 알면 단순히 환경문제를 아는 것에서 떠나 실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주

1.참고: 도서<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