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영의 역사 칼럼] 신항로 개척, 비판 받을 일일까

얼마 전 학교 역사 시간에 15세기의 신항로 개척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대항해 시대에 펼쳐진 새로운 항로를 찾아 바닷길을 나선 유럽인들의 여행길이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렸으나 점차 신대륙이 발견되고 이를 통해 유럽인들이 비약적인 발달을 이루는 모습을 보니 신항로 개척이 세계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신항로 개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의견이 많이 엇갈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신항로 개척 덕분에 인류가 전에 없던 위대한 발전을 얻었기 때문에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신항로 개척으로 인해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빈부격차 및 인구 차이가 눈에 띄게 심해졌으며 이에 따라 너무나 많은 사람의 목숨과 자유가 희생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신항로 개척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나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 역시 이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여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체 신항로 개척이 무엇이고, 세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일까?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통해 유럽인들의 동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십자군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의 교역이 활발해지며 유럽 곳곳에 향신료와 비단과 같은 동방의 산물이 전래하였다. 그러나 육로를 통한 동양과의 교역로를 이슬람과 이탈리아 상인들이 독점하고 그 물품을 독점하기 시작하자 유럽인들은 동양인들과 교역하기 위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대서양 연안의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이러한 신항로 개척에 앞장섰는데, 바르톨로우 디아스는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인 희망봉을 발견하였고, 콜럼버스는 오늘날의 서인도 제도에 도착하였다. 바스쿠다 가마는 유럽에서 희망봉을 거쳐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였고, 마젤란은 일행과 함께 세계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하기도 했다.1

 

 

이러한 신항로 개척으로 인하여 유럽인들은 지중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동방과 교역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신대륙을 발견하기도 하며 유럽과 다른 지역 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다. 이를 통해 유럽과 신대륙은 전에 없던 정치, 경제, 문화, 민족, 문화에 있어 역사적인 대변혁을 맞게 되었고 구대륙과 신대륙의 본격적인 교역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신항로 개척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는 매우 위대하다. 실제로 이때 유럽이 이토록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발전된 기술력과 세상은 모두 먼 미래가 되어서야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나 아름다운 세계의 발전 서사 뒤에도 숨겨진 그림자가 있다. 바로 신대륙 발견 이후 뒤따른 노예무역인데, 실제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한 이후 약 1억 명이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는 150년 만에 약 3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이 아메리카를 식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스테카 제국과 잉카 제국과 같은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은 에스파냐의 병사들에 의해 처참하게 멸망하기도 했다.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거대한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던 나라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유럽인들과 그들이 가진 위협적인 총기에 의해 한순간에 멸망한 것이다. 노예가 되어 유럽인들의 손에 이끌려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30~40cm의 좁은 공간에 갇혀 몇 개월의 항해를 견뎌야 했는데, 무역선을 타고 이송된 다음에는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노예로 살아갔고 이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원주민이 목숨을 잃었다.2

 

이 때문에 아직도 신항로 개척과 그에 뒤따른 식민지 지배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둘로 갈라놓는다. 누군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대변혁과 과학적 발전을 가져다준 신항로 개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반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아프리카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희생을 야기한 신항로 개척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분명 신항로 개척은 인류의 위대한 발전과 함께 많은 이들의 희생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세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좋고 나쁜 영향을 고루 미쳤다.

 

나는 이러한 신항로 개척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항로 개척 이후에 쏟아져 나온 혁신적인 기술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세계를 변화시켰고 시민 혁명이나 참정권 확대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가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 또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의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어둠이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고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발전된,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현대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0942&docId=1258518&categoryId=33475

2. 참고: https://blog.naver.com/sisterwang/222756106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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