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색의 온도와 감정에 대해 노래한 화가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한국의 추상미술 작가 유영국의 이름을 들어 보았는가? 지난 6월, 국제갤러리에서 유영국 20주기 기념전이 펼쳐졌다. 유영국 작가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거나 몇 작품만 접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추상화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직접 다녀오고 느낀 유영국의 전시와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 와 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먼저, 멀리서 보자. 유영국의 추상화는 모든 사람이 접근하기 쉽다.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지만 잘 이해할 수 없어 관심 이상의 흥미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 자연을 닮은 큰 화면의 색 덩어리 앞에 서면 기하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면의 분할에 압도당하게 된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원초적이고 강렬한 색들이 만들어내는 그림 자체의 따뜻한 온도와 분위기가 전시장을 가득 채워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어떤 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고 바로 이런 점이 감상자에게 해박한 미술적 지식이나 어려운 철학 용어 없이도 그림 자체에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한 발짝 물러나 그림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멀리서 보면 필자가 어떤 뜻으로 이런 감상을 하게 되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까이 보자. 추상화는 어떤 고민이나 기술 없이 물감을 그저 발라 놓기만 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유영국의 그림을 한 번만 가까이서 봐 달라고 권하고 싶다. 자세히 보면 작가의 그림에는 수 없는 시간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화면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듯한 면의 구성에서 쪼개진 각각의 면은 멀리서 보면 같은 계열의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전부 미묘하게 다른 색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면마다 거칠게 던지고, 점을 찍고, 붓 자국 없이 깔끔하게 칠하거나, 물감의 양을 많이 올리거나 매끄럽게 바르고, 형태선 주위를 부드럽게 뭉개어 질감을 주는 등 각각 다른 텍스처를 활용해 변화를 주고 있어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다. 또, 한 번 색을 칠한 부분 위에 다시 한번 다른 색을 덧발라 새로운 색을 내고, 일부 면만 색을 여러 번 두껍게 올려 높이 차이를 주는 방식으로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말 인상적인 작업 방식이다.

 

이렇게 앞서 말한 것처럼 붓의 속도, 물감의 양, 두께, 질감, 색감을 가까이서 관찰하다 보면 이내 이들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한 번 느끼고 다시 뒤로 나와 멀리 보게 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작품 안에 계속 머무는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사진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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