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안의 문화 칼럼] 메타버스 열풍의 맹점

 

 

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바야흐로 '메타버스 열풍'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상 공간으로 현실 세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메타버스는 처음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메타버스 관련 논문, 서적, 상품, 플랫폼 등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메타버스는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까지 했다.1 현실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교육,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들을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가상현실에서 실현한 메타버스 기술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메타버스 기술의 실체와 여러 제약에 대하여 조금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신기술인 척하는' 메타버스 기술

현재의 메타버스 기술이 과거의 기술과 다른 신기술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직은 메타버스 기술이 기존과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애플리케이션 제페토를 예로 보자. 본인을 나타내는 아바타를 이용자 마음대로 꾸미고, 이용자 간 상호 소통이 가능하며 함께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그러나 이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의 게임에서 캐릭터 제작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간 상호 소통은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콘텐츠에 적용하고 신세대에 맞춘 마케팅을 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했다'며 홍보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미 개발된 요소들을 모아서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물론 VR 기기와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신기술을 도입한 진정한 '메타버스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VRChat, 언리얼 엔진, 유니티 엔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매체들도 점차 개발되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 기술만을 사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진행된 콘서트의 생방송 실시간 시청자가 11만 명을 기록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이미 현실에서 개최되는 공연, 콘서트 규모에 견줄 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가가기 어려운 메타버스 세계

다만 이번에도 발목을 잡는 요소는 바로 기술이다. 앞선 사례와는 정반대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고급 기술들을 사용한 메타버스 프로그램들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신기술의 예로 든 VRChat의 차별화 요소는 사용자가 현실에서 하는 동작을 인식하고 아바타로 구현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VR 기기와 전신 트래커 장비의 가격은 단순한 유흥이 목적인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기술 이외에도 아직 제공되는 콘텐츠의 장르와 내용이 한정적인 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아직은 상용화와 접근성 문제로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는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가상 세계에서의 윤리적 쟁점

앞에서는 기술적 문제들을 주로 지적하였는데,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가상 공간,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범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사람에게 저지른 범죄와 아바타를 향한 범죄를 동일하게 취급하여야 하는가. 처벌 규정과 수위를 정할 관리자는 누구로 둘 것인가. 등등의 현실 세계에서 법을 처음으로 제정할 때 했던 질문들을 가상 현실에서도 해 보아야 한다.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이버 폭력과 사이버 성범죄도 더 구체화되고 빈번해질 위험이 크다. 글자로만 나열되었던 욕설과 온라인 그루밍이 아바타의 동작과 말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공간은 단순한 신기술 체험장이 아니라, 서로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것을 제작사와 특히 사용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앞서 던졌던 질문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인용: https://www.etnews.com/20211230000064

2)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226821&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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