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초 : 이채원 통신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백남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전시장에 가다

백남준은 한국 출신의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1960~1970년 대에 걸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 예술 운동)의 중심에 있었으며,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디오 예술에 선구자이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정의와 표현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기자는 지난 토요일(24일) 가족과 함께 백남준 아트센터를 관람하였다. 아쉽게도 1층은 공사 중이라 관람이 불가했고, 2층에서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백남준의 전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해 보겠다.

 

먼저 ‘시스틴 성당’이라는 작품인데 백남준은 천장이 높은 독일관의 가운데에 비계(飛階)를 쌓아 올리고 프로젝터를 매달아 영상이 벽으로 투시되도록 했다. 물고기 떼와 성조기, 요셉 보이스 등의 다양한 영상이 무작위로 재생되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관객들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뜻하지 않는 영상과 사운드에 파묻히고 만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차고 넘치는 정보들 중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영상과 다양한 소리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촛불 하나’라는 작품이다. 촛불 하나는 초를 하나 밝히고 그것을 카메라로 찍은 뒤 이것을 다시 여러 대의 삼관식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벽에 투시한 작품이다. 삼관식 프로젝터는 RGB(빨강,녹색,파랑) 세가지 색의 브라운관을 통해 각각의 화면을 만든 뒤 이를 합쳐서 내보내는 방식인데 백남준은 이 부분을 조작하여 각각의 브라운관에서 투사되는 이미지가 완전히 합쳐지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삼원소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삼원소는 백남준의 세가지 레이저 작품인 원, 사각형, 삼각형을 일컫는 말이다. 삼원소는 각각 원형, 사각형, 삼각형 모양의 목제 틀에, 거울들이 달린 상자 밑으로 레이저를 비롯한 기술적 구성품을 설치했다. 앞면은 한쪽이 유리창인 거울이어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의 레이저가 프리즘에 의해 분산, 굴절 되고 거울에 의해 반사된다. 여기서 네모는 땅, 원은 하늘, 삼각형은 사람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슈베르트’. ‘찰리 채플린’, ‘밥 호프’라는 세 가지 작품이다. 세 가지 작품 모두 외관은 다르지만 TV와 스피커를 쌓고 붙여서 만들었다. ‘슈베르트’는 TV로 만든 사람 모양의 로봇에 빨간 축음기 갓을 올려 놓았고, ‘밥 호프’는 머리로 추정되는 TV가 옆으로 눕혀 있으며, ‘찰리 채플린’은 팔로 추정되는 TV에 콧수염 같은 모양이 달려 있다.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이 전시물들은 ‘백남준과 바로크’ 라는 주제에는 맞지 않지만 다른 전시물들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는 의미에서 이 세 작품을 나란히 전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백남준이 작품의 의미를 따로 적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나 생각은 각기 감상하기 나름이라 정답은 없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파란 레이저, 촛불 TV, 비디오 샹들리에 NO. 1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용한 재료들이 다양하고 하나 같이 참신하고 뛰어나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졌다. 특히 촛불로 상징되는 과거, 프로젝터나 비디오로 상징되는 현재, 레이저로 상징되는 미래가 공존하는 시간을 작품으로 구현해 내려고 한 노력은 지금 시대를 넘어서 공감되는 것이 많았다.

 

미래와 현재, 과거를 잇는 작품들을 전시한 이번 작품전은 내년 1월 24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시간에 맞춰오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이 시간을 놓쳤다고 해도 전시장에 놓여있는 태블릿을 이용해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해놓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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