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자신이 존경할만한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그런적이 한 두세번 정도 되고, 아직까지도 그분들이 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만약 내가 명문대학 합격과 같은 큰 경사를 맞이한다면 부모님 다음으로 그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당신의 가르침이 날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도와주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 중, 난 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분은 바로 나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시다.

 

 

그 분은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천직이신 것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단지 "혼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셨고, 엄한 선생님들과는 다르게 언성을 높이시지 않고 차분히 우리를 타이르셨다. 또한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수업이 끝날 때 즈음 가끔 동요 영상을 하나 보여주시거나, 아니면 교훈이 있는 동화 영상을 틀어주시고는 하셨는데, 난 동화 영상을 보다가 영상이 슬프거나 감동적인 결말로 끝나면 눈물을 훔치고는 하였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강아지 똥"이었다). 그 때 본 컨텐츠들이 내 감수성 향상에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셨다. 이에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학년때 나의 반 친구 중 유독 학교에 잘 나오지 않던 친구가 한명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그 아이를 걱정하셨고, 가끔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그 친구는 학교에 무단결석 했고, 선생님의 얼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어두워지셨다. 그리고 1교시 쉬는시간,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양해를 구하시고는 돌연 교실을 나와 그 친구를 찾아 나셨다. 그 친구의 집으로 찾아가셨는지, 아니면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학교 앞까지 마중나와 그 친구를 기다리신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내 그 친구의 손을 잡고 교실로 돌아오셔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이렇듯, 그 분은 누구하나 빠짐없이 무한대의 사랑을 부어주시고는 하셨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가식적이지 않았고,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1학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셨고, 그 후로 몇년동안 그 분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2019년, 내가 4학년이 되었을 때 일이다. 난 그 때 그 선생님과 이별한지 무려 4년째 되었기에, 그 분을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그 분께서 4학년 음악선생님으로 부임하신 것이다. 그 분은 나의 이름을 잊지 않으시고 "예성아!" 라고 외치셨고, 나의 눈가는 눈물로 범벅이 됬다. 나 말고도 1학년때 그 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두었던 내 반친구들의 이름들을 모조리 기억하셨고, 이는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반증하는 듯했다. 

 

내가 다시 이런 분을 선생님으로 만날 수 있을까? 아마 못만날 확률이 크다. 본격적인 학교생활을 그 선생님과 함께 시작한 난 정말이지 엄청난 행운아였던 것이다. 만약 그 분을 또다시 만날수 있다면 그 품에 안겨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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