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우리 사회의 노동자는 안전하신가요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경기 평택시 SPC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는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2인 1조 근무 원칙을 지켰지만, 동료 직원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1

 

 SPC는 국내 제빵계열 대기업이다. SPC그룹 계열사만 52개이고, 2021년 기준 매출액은 5조 5천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1천 5백억 원이다. 브랜드만 40여 개이며 2020년 말 기준 가맹점은 6050곳이다. 성장 노선을 타던 SPC는 이번 산업재해로 소비자들 사이의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 소비사들 사이의 SPC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SPC 직원의 계란 사재기 논란, 2017년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 2018년 소유주 3세 허희수 부사장의 대마 흡연 구속, 2020년 계열사 통행세 거래 논란, 2021년 던킨 공장의 위생 논란 등 SPC는 여러 사회적 논란을 겪여왔다.2 하지만 이번 사망사고는 산업재해와 관련이 있는 만큼 기존의 불매 운동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성비나 가격대비 효용만을 고려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의무나 기업 이미지도 많이 고려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생산적으로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15일 날 발생한 사고에 대한 SPC의 대응은 다시 한번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16일 평택 공장은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기계 가동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일자, 평택공장 문을 닫고 직원 일부를 대구공장으로 파견했다. 20일에는 회사 방침에 따라 사망 근로자 빈소에 조문 답례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지원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에 고인의 죽음과 관련 있는 상품을 그저 방침에 따라 제공한 것은 많은 이들을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 만약 기업이 과실을 인정하고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했다면 나올 수 없었을 조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조치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23일 샤니 성남공장에서 다시 한번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미 각종 사회적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호감을 사고 있던 SPC 기업은 이번 산업 재해를 통해 성장곡선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SPC 계열사 리스트가 공유되었고, 바코드를 입력하면 SPC 제품인지 알려주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졌다. 4 공장에서 안전 수칙의 2인1조 작업수칙이 항상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인해 사고가 일차적으로 발생했는데, 그 후 회사의 대응은 유가족이나 동료 직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동료가 사고를 당한 다음 작업을 지시받은 동료 직원들은 사고 현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본인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한 사후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을 재가동시킨 기업의 조치는 차가운 여론을 마주하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자유시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사실상 사용자는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저렴한 임금이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요구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헌법에서 노동자 권리 보장을 통한 실질적 평등을 이뤄내고자 했다.5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노동관계 조정법, 노동 위원회와 같이 노동자의 권리를 사용자의 권리와 동등한 선으로 올리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과 같이 근로자는 기업의 운영 방침에 따라 피해를 보기도 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행위로 자동으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수요량과 공급량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물건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공급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수와 많은 직종이 관여한다. 계약에 의해 임금과 노동을 교환하는 노동자의 경우, 이 과정에서 간과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것은 그저 업무 매뉴얼에 따르기 때문이다. 물건을 유통하는 과정도 업체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작 상품을 만든 노동자는 시장에 드러나지 않는다. 재화의 생산자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소외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반복되고 단순한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하면서 인간이 주체성과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환경에 의해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는 현상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개인의 개성과 생각보다 작업의 효율과 성과가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모습 속에서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은 자주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산업 재해의 경우, 사용자의 과실이 없어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사용자의 과실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인 피해자가 사용자의 과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과실이 없더라도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무과실책임과 관련된 법안들이 제정되고 있다. 산업재해란, 기업에서 근로하는 노동자가 입은 정신적, 신체적 장애로 근로자의 사망과 부상뿐만 아니라 작업환경의 부실로 인한 직업병이 포함된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공장이 기계화되고 생산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재해의 모습을 다양해졌다. 산업재해의 특징은 다양하다. 첫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둘째, 산업재해는 사업이나 작업의 종류에 따라 그 원인이 다원적이다. 셋째,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행정 규제상의 문제이다. 넷째,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다. 다섯째, 일반적으로 기업은 대외적 신용을 위해 산업재해 사고를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6 

 

산업재해가 만약 예방을 위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면, 감독 기관의 감시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종종 근로 관련 안전 교육받지 않았는데도, 근로자의 사인을 요구하고 감독기관에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전 교육을 완료하고, 안전 수칙을 준수한다고 하더라도 기계와 인간이 같이 일하는 공장의 특성상, 산업재해의 발생 가능성이 0에 수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산업 재해는 행정 규제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매뉴얼과 시스템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앞서 살핀 SPC사례와 같이 산업재해는 개인과 기업 간의 사고이기 때문에 기업이 보이는 태도는 기업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산업재해 피해자의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유발하는 산업재해에는 감독 기관이나 사법 체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감시와 언론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하관계가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지위 특성상, 기업은 산업재해에 관한 통제력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 법은 이 둘의 권리를 공평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정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사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SPC산업 재해에서 동료 직원들의 정서적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접근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업장 내의 사고는 근로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소방, 경찰, 간호사와 같은 직군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의 근로자 역시 외상 사건에 의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7 정리하자면, 근로자를 산업 개발의 중요한 노동 요소로 인식하고 이들의 권리를 사용자의 권리와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고려하여 근로자를 하나의 존엄성 있는 인격체로써 대우하려는 기업의 태도가 필요하다. 사법적 구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피해를 보상받고 그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1) 인용: 신진호, 제빵공장서 20대 여성 소스배합 기계에 몸끼임 사망사고, 2022년 10월 15일, 서울신문

2) 인용: 이지원, "보상법 있지만 을이 뭘..." SPC불매와 점주의 눈물

3) 참고: 문수정 정신영, 역효과 부른 SPC 회장 사과...가맹점주.소비다 "더 화났다", 2022년 10월 24일, 국민일보

4) 참고: 임현지, "불매도 스마트하게"...바코드 판독기로 '숨은 SPC" 찾는다, 2022년 10월 27일, 스포츠 한국

5)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근로자의 권리, 한림학사(2007)

6) 참고: 김용호, 산업재해의 현황과 사법적 구제, 한국 법학회 법학연구 제 21권 제 3호, (2021)

7) 참고: 김경우외 2명, 산업재해 중대재해 경험 근로자의 심리적 외상과 안전분위기, 안전사고, 안전행동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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