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독서 칼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환상적이면서도 유쾌하고, 심오하면서도 미친 듯한 우주여행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지구가 파괴되려는 순간 외계인 친구의 도움으로 우주선 히치하이킹에 성공하게 되지만, 여행하면서 돌고래가 인간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구를 총계획하고 설계한 자들이 쥐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가 딸린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하게 되는 그런 우주여행 이야기를 말이다. 물론 불가능해 보이긴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란 한없이 제한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 영국의 한 볼품없는 집에 살고 있던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 ‘아서 덴트’는 앞서 언급한 ‘환상적인 모험’을 반강제적으로 떠나게 된다.

 

지구가 파괴되기 12분 전, 지구인 아서 덴트와 그의 친구이자 베텔게우스 근처의 작은 행성에서 온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서 덴트는 자기 집이 고속도로 건설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불만을 늘어놓는 반면, 포드는 이제 곧 지구가 파괴될 것이라는 말만 전한다. 아서가 자신의 집 상태를 확인하려고 일어선 지 정확히 12분 후, 지구는 초공간 고속도로를 만들려는 보고인들의 공병함대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다. 포드의 히치하이킹으로 둘은 간신히 지구를 탈출하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다시 보고인들에게 붙잡혀버리고 만다. 보고인들을 설득시키는데 끝내 실패한 둘은 이들이 쓴 ‘은하계 최악의 시’를 듣고 우주선 밖으로 쫓겨난다. 우주 공간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려는 순간, 때마침 지나가던 은하계의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가 훔친 ‘순수한 마음 호’에 둘은 구조된다. 순수한 마음 호를 훔친 자포드는 전설의 행성 ‘마그라테아’를 찾아가고 있다고 전하며 아서와 포드도 함께 그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 이후로 우주선에 타고있던 자포드 비블브락스와 또 다른 지구인 ‘트릴리언’, 그리고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 과 함께 우주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장소들을 경험해보고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SF코믹이라는 장르를 처음 만들어낸 책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정신이 나가버린 듯한 상상력과 중간중간 심오한 메시지를 담는 대사들, 허무주의 사상의 전개와 어둡지만 재미있는 블랙 유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설이다. 소설의 분위기를 감잡을 수 있는 구절로는 ‘태초에 우주가 창조되었다. 이 일은 수많은 사람을 화나게 했으며 대부분은 이를 잘못된 조치라고 여겨졌다.’, ‘우습죠. 사는 게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갑자기 더 곤두박질쳐버리니 말이에요.’1,2

 

히치하이커는 내가 본래 즐겨 읽던 장르의 책들과는 사뭇 다르게, 정말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 책이다.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상한 개념들이 매 챕터마다 등장함과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원리가 책 속에서 통용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계속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하는 매력적인 부분 또한 존재한다. 내가 알고있던 세상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여행해다니는; 혹은 지금과 같은 세계였어도 이를 보는 관점은 너무나도 다른 주인공들과 함께하는 우주여행. 기발한 상상력과 신박한 대사들에 매번 놀라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만약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어록에서 나온 바와 같이 무모한 우주여행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띄게 긴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고 표지에 인용된 기발한 문장들에 감탄하며 구입하였다.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잡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소설이며, 더글러스 애덤스 특유의 분위기가 잘 맞는다면 읽기에 더없이 좋은 소설이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함께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떻겠는가?

 

`. 인용: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참고: https://namu.wiki/w/은하수를%20여행하는%20히치하이커를%20위한%20안내서#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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