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문 칼럼] 시험이 끝나고 난 뒤의 바른 자세는

 

 

어느덧 1학기가 지나고 벌써 2학기 기말고사만을 앞둔 시점이 다가왔다. 수능은 1달도 채 남지 않았고 1, 2학년은 전국 연합 학력평가가 3주 가까이 다가왔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성적통지표가 발송되었을 것이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시험 기간과 시험이 끝나고 난 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시험을 보고 난 뒤 아마 모든 학생은 직감적으로 내가 시험을 잘 봤는지 아닌지 느낄 수 있다. 그 직감으로 이 시험지를 채점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시험이 끝난 교실은 누가 더 잘 봤네 마네, 몇 번에 답이 뭐냐고 묻는 소리, 시험지 정답표가 나왔다는 소리 등 만약 시험을 못 본 상황이라면 그 상황이 주는 압박감은 대단할 것이다. 시험을 잘 보지 못한 것 같다면 우선 채점을 미뤄보는 건 어떨까. 미래의 나에게 감정을 전가하는 것이다. 당장 내일의 나는 다른 과목의 시험을 쳐야 하는 아주 예민한 몸이기 때문이다. '망했다.' 하는 속마음은 순간만 가지고 곧바로 시험 준비로 돌입하는 것이다. 빨리 잊고 다음 과목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험지를 채점할 때는 있는 그대로의 점수를 받아들이자. 혹시 문제에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틀린 문제를 두고 너무 끙끙 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가 시험을 잘 봤다면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내 행동이 시험을 망친 친구에겐 그 친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자신을 스스로 더 자책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득이 되는 있는 이야기만 듣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할 때가 있다. 내가 시험을 못 봤다면 굳이 다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말고 걸러 듣는 연습을 해보자. 

 

성적표가 나오면 드디어 석차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때는 자신을 돌아보면 된다. 자신을 스스로 반성할 순 있지만 원망하는 건 옳지 않다. 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차차 정해나갈 수 있도록 보완할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나도 성적표를 받고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된 과거가 명확한 수치로 나에게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 나는 바뀌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자책하기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험 성적은 학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실이 엉켜있으면 바늘구멍에 들어갈 수 없다. 엉킨 실을 푸는 역할을 바로 내가 하는 것이다. 울면서 실을 푸는 것보단 이왕이면 앞으로 술술 꿰뚫릴 실을 생각하며 풀어나가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심호흡을 크게 쉬고 나를 칭찬해주자. 시험을 잘 보았든, 시험을 잘 보지 못했든, 우리 학교 학생 모두에게 힘든 고비를 넘은 '나'다. 우선 칭찬해주자.

 

이 글은 다른 학생들, 그리고 나를 위한 글이다. 시험 때문에 우울해할 때마다, 이런 마음을 가지라고 했던 과거의 나를 만나면서 힘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말이다. 학생들이 이 글을 읽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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