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따뜻한 기계들의 차가운 위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작은 방주,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이 전시는 예술에 기술이 결합하면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들은 한 이미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며 우리에게 순간순간 다른 목소리로 말을 건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그들의 마음을 여는 소통 방식은 그의 작품 대부분이 기계 임에도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와 마주하는 듯한 온정을 느끼게 해서 쉽게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은 방주가 주는 질문,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전시된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인 ‘작은 방주'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져가고 싶은지 묻는다. 또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는다. 한 배에 탄 두 사람은 서로를 등지고 앞을 향해 가고 있다. 뒤로 전시된 끊임없이 다른 형태의 문이 열리는 비디오 작품 역시 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듯하다. 이내 배가 움직인다. 배의 옆면이 춤을 추듯 날개를 활짝 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율이 흐른다. 무의식적으로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는 듯한 기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생명을 얻는 방식일 것이다.

 

원탁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무엇을 두고 어떤 모습으로 경쟁하는가? 전시장 밖에 설치된 원탁은 정해진 공연 시간이 되면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명을 얻기 위해 생명력을 얻는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경쟁에서 비롯된다. 원탁 위 구르는 공을 얻기 위한 허수아비들의 치열한 몸부림은 아이러니하게도 공에 가까워지려 할수록 더욱 멀어진다. 이 모습을 보고 입시와 취업을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바라보는 것은 하나인데 그것을 원하는 이는 많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URC-1, URC-2를 바라보며, 당신은 어떤 눈으로 사물을 보고 있는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도 없이 보게 되는 자동차의 불빛. 하얀빛을 내는 전조등과 붉은빛을 내는 후미등에서 작가는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항상 보던 것들인데도 이렇게 모여있으니 어딘가 달라 보인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기술이 만든 별, 인간이 만든 별이다. 이들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날카로운 비판 속에 감춰놓은 따뜻한 위로, 그것이 최우람 작가의 작품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세 작품 정도를 소개해보았다. 전시는 따뜻하고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이었다. 어떤 온도를 느끼며 관람할지는 감상자의 몫인 것 같다. 각각 다른 관점으로 두 번 봐도 괜찮을 만큼 가치 있는 전시라고 느꼈다. 이 전시는 2023년 2월 26일까지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된다고 하니 관람에 참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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