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의 독서 칼럼] 도서정가제로 동네 책방이 살아날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하여 각종 독서 진흥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친구야 책방가자" 라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도서만 살 수 있는 쿠폰을 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독서문화진흥법이라는 법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정부는 국민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필자 또한 독서를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은 서점보단 도서관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근래 책값이 이전과 비교하여 상승했기 때문이다. 왜 근래 책값이 이렇게 오르게 된 것일까? 바로 도서정가제라는 제도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란 책의 정가를 정하고 할인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제도이다. 도서정가제는 소형 서점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의되었으며,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름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실상은 이 법으로 인하여 책방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 서점 살리기라는 명분에 어울리지 않게 "웹툰과 웹 소설을 조망하는 특별전시 "비로소, 책"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굳이 웹 소설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이처럼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하여, 필자는 이러한 비싼 책값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과연 있는지를 알기 위하여, 본고에서 이러한 도서정가제가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 재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개진할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하는 도서정가제는 그것이 가지는 역효과가 더욱 크다. 대형 서점은 동네 책방과 달리 소화할 수 있는 책의 개수가 다르기에, 가격이 올라서 소비자의 소비 욕구가 수축하고, 책이 안 팔린다고 하더라도 대형서점과 비교하면 동네 책방이 타격을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 가격이 같다고 경쟁률이 오를 이유 또한 더욱 없다. 대형 서점은 동네 책방과 달리 같은 상품의 구매에서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이익이 더욱 크다. 포인트도, 할인율도, 제휴 할인도 가능하다. 동네 책방에서 받지 못하는 갖가지 혜택들을 받는데 더더욱 대형서점보다 동네 책방을 갈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도서정가제가 과연 동네 책방을 살리기 위하여 진행되는지는 의문이다. 이 법이 재고 처리가 되지 않는 도서를 받는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서 진행되는 법인가? 도서정가제로 인한 책 판매량도 급감하여, 의도와는 별개로,  반디 앤 루니스와 송인서적, 불광문고 등 동네 책방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있다. 또한, 소명출판이라는 출판사는 10톤 트럭 서너 대 분량의 책을 파쇄하기로 하기도 하였다. 재고 처리가 되지 않는 도서들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내버려 둘 수가 없는 노릇이니까, 많은 출판사는 파쇄를 선택하게 된다.
 

신인 작가들에게도 도서정가제는 좋지 않은 선택인데, 책 가격이 비싸지면서 독자들은 책을 고를 때 신중해지며 소비하고자 하는 심리를 위축시켰고, 자연스레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의 책에는 눈길이 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문제집과 대학교제는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해야만 하는 책이라 구매하게 되지만, 소설과 에세이는 또 어떤가. 소비자들은 구매에 망설이게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영화 티켓값 상승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최근 들어 영화 관람비는 1만5000원선이 되었다. 심지어 조조영화라 할지라도 1만1000원이다. 영화 1편 관람료가 넷플릭스, 왓챠 등 OTT의 1개월 이용권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자, 영화 관람객들은 이 쪽으로 이탈하기도 하였다. 영화 티켓값이 오른 이후, 관객들은 간단하게 시간 떼우기용으로 보던 영화를 관객 하나하나가 평론가가 된 것마냥 절대 실패하지 않을 명작을 하나 고른다는 느낌으로 고르는 바람에 평가나 댓글 반응만 보고 영화를 취소하는 일도 많아졌다. OTT 구독비와 비슷해진 영화 티켓 값에 부담이 가 영화 대신 OTT를 시청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앞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게 저예산 영화, 혹은 예술영화에겐 관객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에 대하여 출판사는 독서의 가치를 그대로 느껴야 해서 비싼 가격이 성립되야만 한다고 한다. 책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면서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값 가지고 왈가왈부 안한다면서 반대하는 자들을 책에 관심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거나,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측에게는 "무슨 책을 읽냐" 면서, 마치 책의 가치도 모른다는 격, 비싸게 사지 않는다면 책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인 양 물어보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책의 가치를 강요하며 비싼 돈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선민사상에 빠져 있는 것일 뿐이다. 이 법의 시행 의도와 목적이 독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목적이 분명 아닌데도 말이다. 물론 가치를 하나하나 즐기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치보다는 취미로, 호기심으로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독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작 독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도록 출판사에서 가로막고 있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서점에도, 소비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은 그 자체로 상품이다. 이 세상 어느 것도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 상품은 없다. 모든 소비자가 책의 가치를 느끼면서 한 글자 한 글자에 감사하기만을 바라는 선민사상에 빠져 가격을 자기들 마음대로 측정하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중단해야 한다.

 

소비에 가장 큰 동기부여를 주는 것은 할인이다. 상술했듯이 독서문화를 증진시키고, 국민들에게 독서 활동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책을 비싸게 사게 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도서의 할인율을 제한하여 동네책방, 소비자 그 어디도 이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독서 활동에 하자만 주는 이러한 악한 제도를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 주어야 도서 관련 시장도 살아나고, 작가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홍보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즉, 어디에도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더 이상 강화하면 안 된다. 도리어 완화해야 한다. 도서정가제.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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