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미디어 아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국립 현대미술관

미디어 아트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안다면 미디어 아트란 무엇인가? 제대로 모른다면 미디어 아트를 이해하는 데 할애할 마음이 있는 시간은 몇 시간 정도인가?

 

미디어 아트의 거장이라 불리는 독일의 예술가 히토 슈타이얼. 그는 시각예술가, 미디어 작가, 영화감독, 비평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연 국립 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는 미디어 아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나의 경우엔 굉장히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다. 그리고 여러 의문이 들게끔 했다. 미디어 아트는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다. 비디오, 사진, 인공지능 등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해 더욱 관객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역사가 길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데다 내용이 난해한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히토 슈타이얼은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했으며 이를 모두 한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숨막히게 넓은 공간에 배치된 수많은 영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각 영상은 상당한 길이 (대략 20분 정도: 그러나 3분부터 40여 분까지 매우 폭이 넓다.)를 자랑한다. 전시의 흐름과 작품들이 각각 말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영상을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그는 전시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미디어 아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로 작업을 하고 있는 데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이면서도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미술관이 왜 꼭 필요한지, 나아가 미술관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며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한다.

 

작가는 의도한 바를 전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각 자료, 음향효과, 자막, 관객석 등 여러 장치를 설치했지만, 이는 굉장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거나 안내 책자가 없다면 핵심적인 단서들을 놓치기 쉽다.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회화에서처럼 조명을 받으며 고고하게 걸려있는 평면을 서서 뚫어져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앉거나 누워서 헤드셋을 끼고 비디오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작품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질문을 받고, 답을 영상에서 찾아내고 내 안에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은 내가 이전에 전시를 감상하던 방식과는 전혀 달라서 예술의 폭을 인식하는 나의 관점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느꼈던 전시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만 했다. 물론 미디어 아트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관점과 표현 방식은 새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일반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만들었다. 예술은 세상에 왜 필요할까? 사람들이 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할까? 그만큼 시간을 할애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애써서 이해한 예술의 의미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미디어 아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면서도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더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새로운 것. 그러면서도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히토 슈타이얼이 우리와 자신에게 ‘본인도 모르게’ 던져놓은 진짜 질문이 아닐까? 어쨌든 우리는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게 미디어 아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고, 이런 전시들이 의미 있는 이유이며 미디어 아트가 풀어야 할 과제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예술은 답을 찾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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