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준의 사회 칼럼] 커피믹스가 일으킨 기적

 

 

얼마 전 우리에게는 기적 같았던 소식이 있었다. 바로 경북 봉화군 광산 사고에서 10일간 갇혀있다 살아 돌아오신 광부 두 분의  소식이다. 봉화군의 광산 지하 190m 갱도에서 고립되었다가 당당히 걸어 나오신 두 분의 모습은 지쳐가던 우리 국민 모두에게 기적 같은 감사하고 소중한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그 순간을 우리 모두 눈물과 기쁨으로 바라보았으리라. 기적이 분명했고 믿을 수 없는 현실과 꿈이 아닌 상황이 신이 계시는구나 싶은 믿음을 솟구치게 하였다. 두 분이 긴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상황과 현실에 모든 이들이 집중하였고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영웅담으로 전해질 것이라 생각이 든다.

 

두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지하 현장에서 주변을 돌아보니 비닐과 나무가 있었다. 우리는 나무와 비닐을 이용해 움막을 만들었다. 비닐이 없었다면 체온 유지가 힘들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무로 불을 붙여 온도를 유지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전기 주전자의 받침은 치우고 떨어지는 물을받아 모닥불에 데워' 여기서 한국인의 힘이 등장한다. 인스턴트커피 바로 커피믹스다. 갱도에 들어가기전 광부 한 분이 커피봉지를 30개 정도 챙기셨단다. 그 30개가 이분들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되었다. 탈출을 고려해 보았으나 무모한 결과가 나오니 비닐 움막에서 커피와 서로를 의지하며 구조을 기대하고 버텼다고 한다. 과연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움막과 커피로 10일을 버텨 내었을까 필자는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기적으로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가 뜨였다. 우리는 모르는 커피믹스의 힘 말이다. 커피믹스는 곧 고단한 삶의 휴식이고 위로이며 달달한 친구인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짧은 순간의 위로가 다시 현장으로 업무로 삶으로 집중할 수 있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건축현장에도 커피를 박스로, 업무를 보시는 이모의 사무실에도 그 커피가, 김장을 해주시는 할머니의 삶에도, 밭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의 작업실에도 늘 보였던 그 커피가 이렇게 의미 깊은줄이야 순간 뭉클해지고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커피를 타주며 혹은 많이 없어졌지만 자판기에서 뽑아주는 인심을 내며 순간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우리 어른들이 이 사회를 지켜주신 것이다. 빠지면 안 되는 아쉬운 힘이 하나 더있다. 바로 자양강장제이다. 뚜껑을 다다닥 돌리며 풀렸을 어른들의 노고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필자의 어머니는 늘 자양강장제를 박스로 사 학원에도 아파트 관리실에도 할아버지 댁에도 드린다. 분명 감사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을 담으신 것이다.

 

우리는 몰랐던 어른들의 소박하지만 작은 일상은 곧 기적을 일으켰고  한국인의 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  우리 청소년의 힘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도 분명 이 무겁고 뜨거움을 요구하는 청소년의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그 힘이 될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후배들도 그 힘으로 이겨내며 위로가 되어 어른들이 지켜내는 이 사회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소망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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