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의 사회 칼럼] 고통에서 벗어날 환자의 권리, 안락사

 

 

안락사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생명을 단축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주로 불치병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인다는 사유로 사용되곤 한다. 이 안락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구분되는데,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의료기기를 제거하고 방관하여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고,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목숨을 끊게 하는 약물을 투입하는 것이다.안락사는 타인의 목숨을 죽인다는 행위 자체 때문에 여러 인권단체나 종교단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논제이다. 찬성 측은, 나머지 삶을 무의미하게 고통으로 채우느니, 차라리 더 무의미해진 삶을 포기하고 고통을 덜겠다는 주장이고, 반대 측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안락사에 대하여 찬성한다. 먼저 환자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인간이 불치병에 걸렸고, 이에 따른 해결방법도 마땅치 않다.수 술비는 증가할 대로 증가하고, 환자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지속된다. 이런 끔찍한 상황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만 겪게 한다면, 생명이 그렇게 귀중하기에 무조건 연명해야 하고 이어가야 한다면, 이 또한 환자에게 있어 고통이 아닌가. 안락사에 대하여 주로 비판하는 논리는 안락사는 '존귀한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 라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한다고 생각하는 안락사를 비판하면서, 정작 당사자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희망하는 죽음을 죄악시 하면서 사람들을 계속 고통받게 하는 것이 더욱 존중하지 않는 격이 아닐까?


로이스 로리가 저술한 책 기억 전달자에서도 안락사에 대해 묘사를 하면서 이처럼 안락사를 비판한다. 작중에서 안락사는 임무 해제라는 개념으로 다뤄지는데, 비행기 조종에서 잘못을 저지른 비행기 조종사에게 일종의 형벌로 작용하듯이 내려지기도 하고, 아기가 신체적으로 미성숙해서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면 내려지기도 한다. 즉, 이작가는 안락사에 대하여 의사가 행하는 일종의 살인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안락사가 본인에 의지로 이루어진다는 점과 다른 대책이 없을때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안락사 법인 오레곤 주 존엄사 법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오레곤주는 미국 주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인데, 안락사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약물 처방을 요청한 환자가 의사 능력이 있어야 하고, 말기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죽기 원한다는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한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 서면으로 처방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간병살인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전을 위조한 경우 중범죄자로 처벌된다는 규정도 포함되고 있다. 즉, 실제로 안락사는 본인 스스로 요청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며, 간병살인으로 이어질 확률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2

 

그렇다고 하더라도, 존엄사는 함부로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안락사를 행할 수 있는 기관은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설명한 안락사에 쓰이는 약물이 모든 대형병원마다 있을 정도로 상용화된다면, 이 약물이 독살을 시키는데에 쓰일 위험성도 있다. 고통 없이 목숨을 끊는 약이라니, 암살용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더구나 요즘은 다크 웹을 통한 밀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존엄사의 대상은 더 연명 치료가 불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제한을 두는 것이 올바르다. 만약 안락사 대상에 대한 제한이 없어 이것이 일종의 자살 수단으로 적용된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살률이 급격히 늘어날 위험이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유산 상속 등의 이유를 통하여 가정 내 질병을 앓고 있는 고령의 노인에게 가족들이 안락사를 권유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사회에도 유산 상속을 위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 생명의 연명을 포기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죽음을 용인하는 행위, 안락사. 그러나 현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안락사는 섣불리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본인이 직접 요구해야만 하고, 안락사 제공 대상과 받는 대상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의미 없는 생명연장보다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안락사.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와 악용 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참고자료

1: https://ko.wikipedia.org/wiki/안락사

2: https://www.assembly.go.kr/portal/bbs/B0000051/view.do?nttId=1883007&menuNo=600101&pageUnit=10&sdate=&edate=&searchCnd=1&searchWrd=&cl1Cd=NWS08&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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