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정치칼럼 12] 세상을 바꿀 음소득세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본소득과 안심소득

법은 그 위대한 공정함 때문에 부자든 가난한 자든, 다리 밑에서 자거나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빵을 훔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빈민은 노예와 다를 바가 없으며, 타인의 지원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사람은 자유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 이러한 오늘날의 빈곤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본소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 혹은 거주자 개인에게, 유급고용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개인의 다른 수입원과 독립적으로), 가정이라는 영역 내의 동거 형태와 무관하게 국가에 의해 주어진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본소득은 어떠한 자산 조사도 하지 않고 근로 여부와도 관계없이 무조건 개인 모두에게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이는 최저 소득 보장 제도의 한 형태이기는 하나, 현재 유럽 국가들에 존재하는 것들과는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

 

1) 가계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지급되고

2) 다른 소득의 유무와 무관하게 지급되며

3) 노동을 할 의지 및 현재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된다.

 

국가에 의해 주어지는 소득에서 국가는 유럽연합처럼 현재 존재하는 국민 국가보다 더 넒은 법적정치적 실재를 뜻하거나, 국민 국가보다 작은 자치구 같은 법적정치적 영역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공공의 영역 내에 있는 하나 이상의 기관이 지급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 혹은 거주자 개인에게’. 기본소득의 예산 구조에는 지급 금액, 연령에 따른 구분, 미성년자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든 시민 개인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금전적 총액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기본소득은 세속적이고, 무조건적이며,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성별, 소득수준, 종교, 성적 기호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을 수령할 수 있다. 시민권이나 공인된 거주권 외에는 아무런 요구 조건이 없다.

 

기본소득의 정당성

 

1. 공유자원은 모두의 것이다.

 

토지가 공유자원인 한, 페인이 주장한 것처럼 토지 이용에서 나오는 수익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의 1/n에 해당하는 배당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토지뿐만이 아니다. 페인은 땅공기물의 이익을 현금화해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보았으며, 국가 차원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석유광물삼림하늘공기바다경치 등 토지 이외에도 무수한 공유자원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이는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선물이며, 토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자원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이익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부여잡아야 하는 원칙은, 모든 시민은 모든 공유자원의 사용 이익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는 원칙이다. 한 사회가 보유한 공유자원 일체가 보편적 기본소득의 근거이다. 

 

 

 

 

2. 협업에 대한 보상

 

협업은 다양한 생산 행위와 수많은 사회적문화적 활동 사이에 진행된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한다는 믿음이 환상임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스스로 벌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소득 중 1/5이다. “나머지는 엄청나게 생산성이 높은 사회에 속한 덕분에 세습한 재산이다.”

 

생산이 사회적으로 실행되고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데도, 보상은 협업 참여자들에게 공정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최종 생산물의 소유권을 가진 자와 생산 과정 가운데 특정 부분에 참여한 사람만 보상을 받는다. 나머지는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턱없이 작은 몫만 얻는다. 기여에 따른 보상이라는 분배 원칙을 생각하더라도 이것은 옳지 않다. , 협업이 사회적 행위인 이상 참여자 각각의 기여를 구분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협업에 대한 보상은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본소득은 협업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협업에 대한 보상이며, 동시에 더 많은 협업을 촉발한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노동을 더 쉽게 남들과 공유할 것이다. 협업이 늘어날수록 자신도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협업을 늘리고, 협업은 사회의 부를 늘린다

 

기본소득의 문제점

 

1) 기본소득 때문에 위험하고 힘든 일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생기면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들, 이를테면 기업이나 공공시설의 화장실 청소를 누군가는 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2) 기본소득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된다. 또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가세를 인상하며 물가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통화량을 늘리므로 물가가 오를 우려도 있다.

 

3) 기본소득은 상대적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다.

 

기본소득과 안심소득

 

안심소득은 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7개 급여 중 생계, 주거, 자활 급여와 국세청의 근로자녀 장려금을 폐지한 뒤 신설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 원 미만까지 안심소득제를 통해 현금을 지원한다. 연소득 5000만 원이 소득세의 면세점으로 그 이상은 소득세를 내고 그 이하는 안심소득제를 통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20164인 가구 기준 월 중위소득은 4391434원이고 연 주우이소득은 52697208원이므로 연소득 5000만 원 면세점은 우리나라 4인 가구 연 주우이소득 수준이다.

 

안심소득제에 의해 국가는 모든 (4) 가구에 적어도 연 2000만 원을 보장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국가가 보조금으로 연 2000만 원을 지원하며, 근로나 사업 소득이 있으면 생계 급여와 상쇄되지 않고 그 소득의 60% 만큼씩 처분가능 소득이 증가한다

 

기본소득제와 안심소득제의 소득 불균등 완화 효과 비교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로, 01 사이 숫자이며 숫자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 우선 지니계수를 통해 현행 소득 분배 제도아 안심소득제와 기본소득제가 각각 어느 정도 소득 불균등을 완화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15년 시장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2이며 현행 조세와 복지 제도 하에서의 처분가능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289이다. 현행 소득 재분배 정책도 지니계수를 0.043 포인트 (13.0%) 개선해 상당한 소득 불평등도 개선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안심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지니계수는 0.250으로 크게 하락해 시장 소득 대비 0.082 포인트 (24.7%) 개선 효과가 있다. 기존 소득 재분배 정책의 두 배에 가까운 효과다. 그러나 기본소득제하에서 지니계수는 0.285로 시장 소득 대비 0.047 포인트 (14.2%) 개선에 그쳐, 25조 원에 가까운 추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현행 조세 정책과 유사한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를 보인다. 기본소득제하에서 지원 방식이 저소득층 중심이 아니며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므로, 개인 소득은 비록 증가하지만 상대적인 개념인 불평등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음소득세는 실제로는 불변 한계 세율을 지닌 조세 제도, 즉 단일세와 동질적이며 실제로 단일세의 한 종류로 인식된다. 엄밀히 따지면 음소득세가 단일세를 따라야 할 까닭은 없다. 부분적으로 누진세를 따라도 음소득세의 의미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그러나 음소득세의 진화에서 근로 의욕 저상에 대한 대처가 중요한 요인이었으므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때는 적절한 불변 한계 세율이 채택된다. 완전한 음소득세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단일세가 도입된다. 안심소득제는 이런 개혁의 시도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치적 현실과 타협해서 나온 현명한 정책이다.

 

 

안심소득이 시행된다면 성과는 매우 클 것이다. 혼란스럽고 낭비가 심한 보조금을 대신하면 빈자를 진정으로 도와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아울러,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막을 계기가 될 것이다. 언젠가 총선에서 모든 정당이 최저임금의 수준을 4년 동안 50% 넘게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제의 폐해를 줄일 길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음소득세의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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