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현의 방송 칼럼 2] 잔잔하게 우리 삶에 스며드는 , '숲 속의 작은 집'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ASMR 방송

얼마전 무심코 TV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tvN의 ‘숲속의 작은집’이다.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각각 숲속 작은집에 살면서 혼자 밥을 해 먹고 혼잣말을 하며 지내는 내용이다. 내가 채널을 돌리다 멈춰 한참을 보게 된 이유는 그 배우들 때문이 아니었다.

 

화면 가득 깨끗하고 맑은 초록 전경과 사람의 말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의 시각과 청각을 곤두서게 했기 때문이다. 간간히 들리는 소지섭의 듣기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도 좋았고, 그가 저녁을 차리기 위해 준비하며 내는 물소리, 도마위 칼질 소리, 음식이 끓는 소리 등등 아무 생각 없이 화면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겨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숲속의 작은집’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넘쳐나는 정보, 불필요한 속도로 수많은 관계가 얽혀 분주히 돌아가는 초연결의 시대. 바쁜 도시에서의 삶은 잠시 뒤로 하고 나만의 속도, 나만의 리듬에 맞춰인적이 드문 '숲속의 작은 집'에서 잠시 살아본다면? 전기, 가스, 수도는 없지만 당신의 삶에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 '최소한의 집' 그곳을 찾은 피실험자에게 주어진 실험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주제이다. 매일 매일이 바쁘게 시간싸움 속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잠시 여유와 휴식같은 시간들은 막연히 기대해본 꿀같은 시간들일 것이다.

 

화면속 푸르름이 내 눈을 정화하고, 물소리, 벌레소리, 빗소리, 바람소리가 나의 귀를 쉬어가게 한다. 매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일과를 마치고 치열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위로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정해진 대본 없이 그저 기본적인 것들을 하면서 보여지는 순간순간은 예상치 못한 감흥을 주는 것 같다. 자극적인 이야기도 흥미로운 얘깃거리도 없지만 어느 순간 몰입해 있는 내게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함께 나무 냄새를 맡았고 비를 맞았으며 돌맹이 많은 산길을 같이 걸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벌레를 쫓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의도처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기엔 충분했다. 또한 보고 듣는 ASMR 한 편을 감상한 듯 하기도 했다. 보고 있다 눈을 스르르 감아도 귀로 전해오는 화면의 모습들.

 

‘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 이기에 충분하다. 방송 말미에 시청자들이 만들어 보낸 ASMR영상들도 보여준다.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아직은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지만 충분히 그 의도가 시청자에게 전해졌다면 성공한게 아닐까? 시청률이 높고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는 아니지만 나와 같이 보는 이들에게 잠깐의 힐링이 되주었다면 그것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오랜만에 TV를 보면서 낮잠을 자고 깬 개운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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