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의 책 칼럼 10]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한밤의 손님들>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젊은 평론가들의 젊은 평론을 즐겨라!

 

매년 찾아오는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그 아홉 번째 이야기

젊은작가상 작품수상집은 2010년부터 문학동네에서 주관하는 소설책이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내 작가들의 아직 조명되지 않은 개성이 담긴 한국문학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이 작품 뒤에 있기에 책 읽기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 2018년은 제9회로,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보급가로 판매된다.

 

아홉 번째 이야기의 여섯 번째 작품

여섯 번째 작품은 최정나 작가의 <한밤의 손님들>이다. 최정나 작가는 1974년생으로, 201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전에도 봐놓고 그래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와 소설, 그 미묘한 경계에 <한밤의 손님들>

이장욱 소설가는 현대적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무대로 변모하고,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정적이며 고독한 현대인들은 어느새 그로테스크하고 익살스러운 소동극의 주인공이 된다. 매력적인 문장의 리듬과 과감한 이미지의 비약은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표현법에는 굉장히 세세하고 시적인 표현들이 참 많다. 배경부터 시작해서 인물의 내면까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깊은 것까지. 내가 시를 읽고 있는 것인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적인 표현들이 글을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아름답고 세세한 시적인 표현들은 소설의 가치를 한층 더 올려주며, 시적 표현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에 취하게 만든다.

 

<한밤의 손님들>을 읽다보면, 내가 마치 제목처럼 한밤에 가게에 찾아와 낭만적이면서도 묘한 새벽의 분위기와 공기에 취해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적인 표현들은 묘한 분위기를 통해 글을 읽는 이를 사로잡고 소설에 집중하게 만든다. 소설에 집중하면 할수록 시적인 표현들은 더욱 자세하게 보이고 그 표현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증폭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말이 읽기도 좋다. 시적인 표현들로 소설의 아름다움을 생성하여 글을 읽은 이를 사로잡은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과 상상, 그 미묘한 경계에 <한밤의 손님들>

문학동네는 한밤의 식당에 둘어앉은 엄마와 자매. 이 가족들이 나누는 어긋나고 날 선 대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병치되어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소설, 가족, 세계, 관계란 무엇인지 과감하게 묻는 작품이라 말했다.

 

책의 주인공은 가족과 대화를 하다가도 그 상황을 기피하고 싶으면 그림이나 주변 상황을 바라본다. 기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쉽게 그 상황이나 그림에 푹 빠지게 되는데, 사실에서 상상으로, 상상에서 사실로 자주 시점이 바뀌니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소설의 아름다움을 증폭시킨다.

 

소설의 끝으로 달려가면 갈수록 사실과 상상이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주인공이 사실과 상상의 경계에 서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때 미묘한 분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소설이 가진 매력으로 글을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낯섦과 익숙함, 그 경계에 <한밤의 손님들>

최정나 작가는 문학동네 인터뷰에서 수상작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기억나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집에 있으면 종종 관리사무소에서 내보내는 안내 방송을 듣게 됩니다. 조금 전에도 지하 주차장 물청소와 관련하여 차량 이동에 협조해달라는 방송을 들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제가 있는 곳이 문득 낯설어집니다. 집안에 저런 게 붙어 있었나? 생각하며 벽면에 매립된 세대 내 스피커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제가 집단 내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밤의 손님들>을 쓸 때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가장 익숙한 곳에 있지만, 때로는 낯설다는 생각을 들 때가 있다. 익숙함 속에 낯섦이 있었고, 낯섦 속에 익숙함이 있었다.

 

소설은 이런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들의 보편적인 경험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매력을 뽐내는 대작이 있기는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생각에서 대작은 출발하는 편이다. 시적인 표현으로 다른 소설과 이미 차별을 두며 매력을 증폭시킨 이 소설에서 익숙함 속에서 얻은 낯섦의 소재가 더욱 매력을 증폭시킨다.

 

소설의 독특한 소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찾거나 낯섦 속에서 익숙함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미묘한 경계, 애매함 속에 <한밤의 손님들>

이 소설은 참 애매한 소설이다. 시와 소설, 사실과 상상, 낯섦과 익숙함. 이 미묘한 관계 속에서 미묘한 위치에 서며 애매함을 가지고 있다. 아 물론, 이 소설이 가진 애매함은 좋은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애매한 것에 관하여 답답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이 가진 애매함은 답답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애매함이 소설의 매력을 증폭시키고, 글을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미묘한 경계에 서있는 애매함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시 유리 액자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림이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림이 변했는지, 그림을 보는 내가 변했는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그림을 보는 동안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고 새로운 생각이 덧붙여져서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부터가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 문학의 오늘, 2017년 겨울호

 

대한민국 문학의 미래, 그 밝은 미래

대상작인 소설만 보아도, 소설 속에 숨겨진 의미는 많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보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한민국 소설의 미래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대한민국 소설의 장래는 참 밝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기에 책을 구매하여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직접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 소개 :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책을 읽은 후에 한 번 칼럼을 읽으면 더욱 재밌는 책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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