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광문자전>과 <예덕 선생전>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있다. 신분, 외모, 재산 등 외적인 요소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평생을 맡은 일만 성실히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긴 세월이 흐른 지금, 박지원의 작품 속에서 표현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박지원은 신분과 체면만을 내세우는 양반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양반전>과 같이 <광문자전>과 <예덕 선생전> 속 주인공들 또한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고발하고 비판한다. 박지원은 두 작품을 통해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서 살아가는 양반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광문자전>과 <예덕 선생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태도 역시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지식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광문자전>과 <예덕 선생전> 속 주인공들은 곤궁한 삶에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더 나은 삶을 바라지 않고 평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송수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도구가 등장한다. 텔레스크린은 집 안, 길거리 등 곳곳에 장치되어 사람들을 하루 종일 감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1984>를 읽으며 모든 순간 감시당하는 작품 속 세계가 끔찍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역시 매 순간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일어났을 때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감시되고 있다. 밖을 나가면 감시카메라가 우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있으며, 인터넷 접속 기록과 스마트폰 GPS를 통해 나의 정보와 위치 및 동선이 기록된다. 이러한 스마트 감시는 시대가 발전하고, 초연결 사회가 열리면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더욱더 많은 우리의 정보들이 수집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됨에 따라 사생활 침해와 같은 여러 문제들도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감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1984>의 텔레스크린처럼 시민들을 탄압하고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 감시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노르웨이
요즘, 대한민국의 문화계는 아이돌의 전성기라 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영향력이 크다. 위너의 송민호부터 블락비 피오, 러블리즈 미주, SF9 로운, 에이프릴 나은 등등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아이돌들이 가요 부분은 두말할 것도 없고, 예능부터 연기, 뮤지컬, 그림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다. 아이돌들은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그중 가장 레드오션은 연기이다. 이제는 배우의 이미지가 더 강한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 박형식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엑소의 디오 (도경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미쓰에이 수지 외에도 많은 아이돌들이 연기에 도전해 ‘연기돌’타이틀을 얻고 있다. 특히 남자 아이돌들은 ‘군백기’라고 불리는 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대비해서 연기에 도전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최근 맏형들의 군 입대를 앞둔 SF9 역시 기존에 연기 활동을 하던 로운, 찬희 외에도 영빈, 휘영 등 멤버의 절반 이상이 팬들에게 드라마 촬영 소식을 전하기도 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많은 아이돌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대중들의 비난의 목소리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잣대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분류한다. 우리의 잣대 속에서 누군가는 완벽한 선의 모습을, 누군가는 추악한 악의 모습을 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듯이,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다. 특히 사람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 채 선으로 둔갑한다. 이러한 행위를 타인에게 들킨 사람은 ‘이중적이다.’라며 비난을 받지만 사실 비난을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음습한 부분을 숨긴 채 사회인으로서 생활한다. 하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며 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사람에게는 어디까지 나를 보여줘도 될까?’라는 계산적인 삶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지킬박사는 자신을 완벽히 선과 악으로 나누기로 결심한다. 지킬박사는 실험 끝에 자신의 자아를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대외적인 인물인 ‘지킬’과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이드’로 두 가지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있듯 지킬박사는 파멸의 길을 걸었다. 지킬박사의 파멸은 지킬박사의 안일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지킬박사는 지킬과 하이드를 완벽한 남이라고 생각하였고, 하이드가 저
최근 연이어서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선생님부터 아이의 부모까지, 가해자 역시 다양하다. 아이는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존재이고 특히 부모에게 아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학대를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출된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의 범주는 우리의 생각보다 넓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인 폭행이나 체벌뿐 만이 아니라 정서적 폭력, 방임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서적 학대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건수 유형별 지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아이들이 겪는 학대가 바로 정서적 학대라고 한다. 정서적 학대를 다른 유형의 학대들보다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정서적 학대는 알아차리기 힘들고 은연중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는 제3자가 알아차리기도 힘들지만 학대를 가하는 부모나 선생님 등의 가해자 역시 자신이 아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큰 소리를 치고 욕설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
모태솔로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모태솔로는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터넷 신조어로, 원래는 여초 사이트에서 사용하던 용어였으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 등장하며 전파되었다고 한다. 그 후 모태솔로는 지금까지도 예능 프로그램, 유머 글 등에 꾸준히 등장하며 단순한 신조어가 아닌 일상어가 되었다. 모태솔로는 단어 그대로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각종 미디어에서는 ‘모태솔로 탈출’ ‘모태솔로 특징’ 등 여러 모태솔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잔뜩 심어주는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모태솔로는 왜 동정과 안타까움의 시선을 받는 것일까? 이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에서 연애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러 매체와 TV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연애와 관련된 소재가 등장하고,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을 다른 이성과 엮으며 열등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여준다. 이런 시나리오에 오랫동안 노출된 사람들 역시 당연히 연애를 하지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사람을 불쌍하고 열등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모태솔로라는 사람을 보면 직접 만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능
최근 아이린의 갑질과 태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아이린이 스타일리스트와 여러 스텝들에게 옳지 못한 행동을 해왔던 것이 한 스타일리스트에 의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린의 지인들은 아이린이 따뜻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며 옹호하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이중적인 아이린의 모습을 지적하며, 과거 아이린의 행동들까지 찾아내고 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아이린이 속한 그룹인 레드벨벳은 예정된 팬미팅 스케줄까지 취소하는 등 아이린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연예인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공론화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많았다. 같은 그룹 멤버의 왕따를 주도했던 AOA의 지민부터, 음원 사재기를 저격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박경의 학교폭력 사실까지, 그들을 응원하던 대중들과 팬들은 이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큰 배신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몇몇 아이돌 멤버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한 행실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며 팬을 기만하기까지 한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언텍트 라이프를 살게 된 지도 벌써 6개월이 훌쩍 넘었다. 우리는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꽤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직접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인터넷 쇼핑의 증가일 것이다. 사실 온라인 쇼핑은 쉽고 간편하며 배송이 빠르기까지 해서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많이 이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필품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택배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일까? 최저가? 물건의 품질? 모두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경쟁력 있는 키워드는 바로 빠른 배송이다. 오늘날 여러 쇼핑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기업 간의 빠른 배송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빠른 배송은 ‘총알 배송’에서 ‘로켓 배송’으로 더 나아가서는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새벽 배송’까지 등장했다. 이런 기업들의 경쟁에 피 터지는 것은 정작 그 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택배 노동자들이다. 최근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숨을 거둔 택배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오늘날 세상은 정보의 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지고,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발달로 인해 여러 정보들이 쉽고 빠르게 공유되고, 사람들은 이를 정보화 시대의 이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보 속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쏟아지는 정보를 이용하기는 커녕 정보에 휩쓸려 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뉴스들은 모두 믿을만한 뉴스들일까? 최근 가짜뉴스가 판을 치면서, 사람들은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SNS의 발달로 가짜뉴스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더욱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구별해주는 플랫폼이 생기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자극적으로만들어진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진위 여부를 쉽게 파악하기어렵도록교묘하게 내용을 꾸며서 가짜뉴스를 본 모든 사람이 이를 구별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정보들을 모두 팩트 체크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짓 정보는 뉴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망사 마스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 여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최근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조용할 날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문자가 오고, 새로운 확진자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순식간에 전 세계가 큰 혼란에 빠졌고,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런 사회의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각종 바이러스 관련 서적들이 다시금 회자가 되고, 인터넷에 들어가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180도 뒤집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공존해왔다.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수많은 바이러스들은 지구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들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끔찍한 전염병을 가져다주기도,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며 긴 시간 동안 우리와 공생해왔다. 사실 바이러스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바이러스들은 병이나 곤충으로부터 식물을 도와주었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에서 곰팡이 병이나 세균병이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다. 바이러스의 긍정적인 영향은 식물에게만 있는 것은 아
강희맹의 ‘세 아들의 등산’과 정약용의 ‘유산으로 남기는 두 글자 근과 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 즉 ‘성실과 노력’은 아직까지도 기성세대들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훈수를 둘 때 꾸준히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과연 조선 시대때 후손들에게 전한 가르침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통용되는 걸까? 우리 사회는 언제나 ‘성실’과 ‘노력’을 중요시 해왔다. 이러한 관습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직도 ‘성실’과 ‘노력’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어른들이 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오늘날 청년들에게 강희맹과 정약용의 글은 영양가 없는 훈수로만 보인다. 지금의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사회적 위치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소리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사회적 위치가 정해지고, 계급이 된다는 수저 계급론은 이러한 우리 사회를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여유로운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릴때부터
요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지만 실상 이루고픈 꿈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꿈이 필요해?” 혹은 “내 꿈은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 취직하는 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아이는 “꿈은 그냥 꿈이지. 미래에 돌이켜보면 그냥 하나의 추억거리일 뿐일걸.”이라고 말하며 꿈을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야시타 나츠의 <양과 강철의 숲>을 읽고 나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양과 강철의 숲>의 주인공 도무라는 고등학생때 이타도리의 조율을 듣고 조율사라는 꿈을 키우게 된다. 도무라는 콘서트 튜너라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사실 도무라에게는 조율에 대한 재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라는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콘서트 튜너라는 꿈을 향해 노력한다. 도무라는 콘서트 튜너가 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조율 연습을 한다. 도무라는 책의 결말까지 콘서트 튜너라는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도무라는 그저 조율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인다.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시간은 절대 헛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