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 영화 칼럼] 화합과 평화의 사회, 주토피아

'다름'의 인정

 

Nick Wilde: You know you love me.

Judy Hopps: Do I know that? Yes, yes I do.

 

여우와 토끼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우리의 상식선에서 여우와 토끼는 공존하기 어렵다. 여우는 강자이고 토끼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여우와 토끼가 친구가 되는 모습이 나온다. 서로 잡아먹지도 않고 물어뜯지도 않는 소중한 동료 사이이다.

 

 

주토피아는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세상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 포식자와 피식자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친구인 세상이다. 주인공은 토끼이자 경찰인 주디 홉스, 그리고 여우인데 사기꾼인 닉 와일드이다. 주디가 닉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도와주었는데 닉이 사기꾼임을 알게 됨으로써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주디 홉스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평화로운 주토피아에도 편견은 존재하였다. 약자에 속하는 작은 토끼가 어떻게 경찰이 될 수 있겠냐며 주디의 친구들은 주디를 조롱하곤 했다. 주디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된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주디는 끝내 경찰이라는 꿈을 이루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찰이 된 주디에게 아무도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기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주디는 평화로운 주토피아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혼란을 초래하는 동물에 대한 업무를 맡게 되었다. 주디는 사건의 주인공이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닉이 만든 것임을 알고 닉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닉은 어쩔 수 없이 주디의 요청을 승낙하고 둘은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닉의 뛰어난 인맥 덕분에 둘은 사건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해나가게 된다.

 

그러던 도중 주디는 기자회견에서 실수하게 된다. 포식자들의 본성이 언제 나와 피식자들을 공격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주디의 기자회견을 본 여러 동물은 포식자들을 피하게 되었고 포식자들은 자신의 직위에서 해고되는 등 여러 차별을 받게 되었다. 평화로운 주토피아에 편견과 차별이 출현한 것이다. 닉도 주디의 기자회견을 듣고 실망을 많이 하여 둘의 비즈니스를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반성하며 고향에 내려가 있던 주디는 삼촌에 대한 일화를 듣고 포식자가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그들의 본성이 아니라 독성이 있는 식물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주디는 이를 닉에게 알리며 닉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게 되고 둘은 화해하며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주토피아는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주토피아는 현대 사회가 꿈꾸고 있는 유토피아 같다고 생각하였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차별이 없고 편견이 없고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그러나 각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혹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충돌 등 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인한 불가피한 갈등이 조화로운 사회의 형성을 막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 단체, 혹은 한 민족, 한 인종 안에서 느끼는 유대감은 인간이 느끼는 하나의 감정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있기에 팀워크, 단체정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대감과 거부감을 무조건 강력하게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고치기 어려운 인식, 혹은 편견 때문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조화를 이루는 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다름'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인정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다.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이 '다름'을 사람들이 '틀림'으로 인식할 때이다. 주토피아에서 포식자와 피식자를 '다르다'라고 인식할 때는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지만 주디의 연설은 피식자들이 포식자들이 '틀렸다'라고 인식하게 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토피아의 평화는 깨지게 된다. 점점 사회가 세계화되어 가고 국경의 구분이 불명확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을 우리가 '틀렸다'라고 생각하며 특정 편견을 가지거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대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반드시 초래될 것이다. 사회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글로벌 사회를 위해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 보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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