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채린의 영화칼럼1] 쿠엔틴 타란티노의 시작

저수지의 개들

영화 <저수지의 개들>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이다.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시답지 않은 대사의 나열로 그들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한다. 대화를 끝으로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미스터 오렌지를 시작으로 처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 섞인 순서로 보여준다.



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 특히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영화 스타일은 그들의 초기 작품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인 이 <저수지의 개들>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타란티노 작품의 연출, 스타일, 분위기와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비록 저예산을 가지고 촬영한 영화라 현재의 작품들보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선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


타란티노의 작품들에는 ‘오마주’라는 기법이 사용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킬 빌>은 동양의 무협영화나 느와르 영화에 대한 동경이 바탕이 되어 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수지의 개들>은 홍콩의 느와르 영화 '용호풍운'의 설정, 장면, 분위기 면에서 많은 것을 오마주했다. 세 명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 스파이와 같은 부분들이 그렇다. 특히 영화의 주 무대인 창고에서 진행한 회담 또한 용호풍운의 오마주이다.


두 번째로 <저수지의 개들>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스타일 중 하나는 바로 ‘폭력’이다. <킬 빌>이나 <바스터즈>와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폭력과 고어적인 장면을 영화에 꼭 삽입한다.


상처의 단면, 흘러넘치는 피는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공포와 피하고 싶은 장면이 될 수 있지만, 타란티노는 폭력의 쾌감과 가학성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볼거리가 되고, 영화의 재미를 유발하는 소재임을 알고 있다.


미스터 블로드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 뜬금없이 귀를 자르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며 인상 깊은 장면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라 귀가 잘려나간 얼굴의 단면과 잘린 귀는 가짜임이 티가 난다. 고어 마니아들이 본다면 ‘저게 뭐야?’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이 장면이 관객에게 충격을 주는 이유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즐거운 음악과 대낮의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훤한 창고라는 배경과 몸을 흔들며 아무렇지 않게 경찰의 귀를 잘라내는 미스터 블론드의 모습이다.


이런 <저수지의 개들>의 잔인함뿐만 아니라 머리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과 칼에 잘려나간 머리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다양한 상황과 표현으로 폭력을 보여주는 타란티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영화 특징을 한 가지 더 꼽자면 ‘장황한 대사’이다. 오프닝 장면의 길고 시답잖은 대화들은 보는 사람에게 의아함을 유발한다. 혹시 영화의 복선일까 싶어 집중해보려 해도 정말 친구들끼리 모여 나누는 담소처럼 별거 없는 주제의 대화들인데, 이상하게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장황한 대화는 왜 타란티노의 영화에 나타나는 것일까?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인물들의 전사와 사건에 대해 암시하는 기법은 기존 영화에서 자주 활용하는 대화의 기능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그만의 색깔이 입혀진 대화 기법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끌고, 맛깔 나는 대사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최대화시켜 다음에 이어질 장면에 몰입시킨다. 



나는 타란티노의 영화 속 대사는 이제 어떤 의미를 담기보단 그의 영화적 특징이고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바스터즈>에는 독일어, <장고>에는 프랑스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로 된 대사들을 등장시켜 영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삼기도 한다,


그의 영화적 스타일을 살펴보았을 때, 타란티노는 독특한 사람이다. B급 영화를 오마주하고 서부극, 느와르, 범죄 영화와 같은 장르들을 사랑한다. 이런 영화에 대한 애정이 그의 영화에서 드러날 만큼 말이다. 표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자주 사용하는 오마주와 폭력성은 할리우드의 모든 감독 중 쿠엔틴 타란티노가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스타일들은 그를 관객에게 잊힐 수 없는 인상 깊은 거장으로 만들었다. 마이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스타일들을 영화에 잘 녹여서 연출하는 능력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저수지의 개들>은 왜 쿠엔틴 타란티노가 독보적인 영화 스타일로 꾸준히 사랑받는지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칼럼소개 : 할리우드의 거장 중 한명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 스타일을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을 주제로 분석하였다.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두드러지는 연출 방식과 대사, 그리고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이기도 한 <저수지의 개들>을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연관지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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