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을 선언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여성 감독들, 여성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여성영화제이다. ‘여성들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라는 문구가 당당히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만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 감독, 여성 주인공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여성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이다. 주제에 걸맞게 영화제는 컬러가 아닌 흑백 영화 시대 때의 영화들로 구성된 ‘페미니즘 필름 클래식’, 미래의 여성 영화인 발굴을 위한 ‘피치 앤 캐치’ 섹션과 성적 소수자들의 삶을 다룬 ‘퀴어 레인보우’, 10대 감독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담은 ‘아이틴즈’, 그리고 국내외 여성 감독들의 영화로 구성된 ‘아시아 단편 경선’ 등의 갖가지 섹션으로 장르, 국적, 나이에 구별 없이 뛰어난 여성 영화들을 상영했다. 가장 큰 여성 영화제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나는 10대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아이틴즈’ 부문의 관객 심사단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생각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새로운 시선이 가득 담긴 청소년 감독들의 영화를 관람하고 나와 같은 청소년으로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좋은 부모의 기준을 세우고, 그들을 평가한다. 다수의 육아 서적과 전문가들은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 주는 걸까?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이론적인 것만 논하지 실질적으로 좋은 부모의 예시를 보여주지 않는다. 어디서 어떻게 그걸 배워야 하는 것인지 나는 의문이 생겼다.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를 보고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 료타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다. 높은 연봉과 아이에게 아낌없이 지원하는 그는 자신을 좋은 아빠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료타의 그런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들 케이타와 아내 미도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케이타는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억지로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미도리는 재정적인 지원만을 주는 료타의 육아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아들과 놀아주고 애정을 주는 시간이 부족한 료타는 그의 문제점을 모른다. 엘리트인 자신처럼 아이를 키우려 하고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질책한다. 그것이 료타의 육아 방식이고, 료타가 생각하는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것들은 뻔하다. 슬픔, 우울, 검은색..모두가 같은것을 떠올릴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죽은 일을 추모하는 행사이니 침묵하고 슬퍼해야함이 당연하다. 어떻게든 죽은 사람의 삶을 좋게 포장하려 하고, 심한 경우 그의 삶을 왜곡하기도 한다. 즉 죽음으로 가는 길을 좋게 포장한다는 명목하에 진실되고 솔직한 그의 삶을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겪는다. 갈수록 슬픔에 무뎌지고 모두가 그러하듯 죽음 이후에는 그의 진정한 삶 보다는 좋았던 모습만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미스터 후아유의 장례식은 그렇지 않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방식을 세게 꼬집으려한다.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이다. 유쾌함을 전하는 동시에 비극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장르로, 영화의 시작은 당연하게도 블랙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얼굴에 가득 담은 아들 ‘다니엘’의 표정은 진지하고 침울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잠시이다. 관 안에 담겨진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한 다니엘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버지의 시신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신이 잘못 온 것이다. 관객은 여기서부터 웃음을 터뜨릴 것 이다.
네이버 인디극장은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호평을 받았거나 유명한 독립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짧은 단편영화로 이루어진 온라인 시네마이기 때문에 시간이 남거나 할 때도 자주 찾아간다. 이번에 감상문을 쓰고자 하는 병구도 2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독립영화다. 영화는 대다수의 독립영화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주인공의 통화로 시작한다. 통화라는 단서에서 찾을 수 있듯이 주인공 민지는 주변의 남자친구들에게 집안의 가구 옮기는 걸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벌써 몇 명째 거절당하기를 여러 번, 한 친구가 문득 '병구'라는 이름을 민지에게 던진다. 민지는 친하지도 않은 병구를 부르기에는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병구를 부르기로 한다. 다음 씬에서, 민지를 찾아온 병구. 민지는 병구가 어서 가구나 옮기고 가버렸으면 하는 눈치지만 병구는 다르다. 민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퍽 반가워한다. 듣다못한 민지, 가구를 옮기자고 제안하지만 병구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민지의 눈에 거슬리는 일만 한다.병구가 하는 '거슬리는 일'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이다. 병구가 끼치는 민폐에 병구가 저지르는 사고를 처리하는 민지의 반응, 그 중에서도 그녀의 표정이 정말 실감난다.
사랑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사랑에 모든 인생을 바칠 것처럼 구는 사람도 있고,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청소년일 테니 사랑에 대해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우정이나 가족, 꿈이 사랑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정해보자. 당신이 죽기까지 반년이 남았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과연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람을 대할 것이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당신의 마음을 전할 것인가? 죽음 앞에서 만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90년대 말, 한국 특유의 감성과 감정이 들어간 정통 로맨스들이 연이어 개봉하던 시기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대략 줄거리를 설명해보자면, 시한부 인생을 천천히 정리해나가던 정원 앞에 다림이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삶의 끝에서 사랑하는 정원의 이야기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며 결혼도 하지 않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정원은 곧 죽을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보통의 시한부 환자들과는 다르다. 살면서
체슬리 설렌버거(설리)는 40여 년간의 비행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살려낸 영웅이다. 대부분 영화에서 많은 사람을 살려낸 영웅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신이 이뤄낸 기적에 웃음 짓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리 기장은 홀로 고통스러워하고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기는커녕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진술에 대해 추궁받기도 한다. 영화에서 설리는 영웅과 사기꾼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영화는 비행기가 도시 한복판에 추락하는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시작한다. 물론이건 설리의 악몽이고, 곧 잠에서 깬 설리는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도시를 질주한다. 악몽에서 깨어난 이후의 설리는 차에 치일 뻔하기도 하고 허공을 바라보는 등 넋이 나간 모습을 보여준다.설리의 이런 모습들 다음으로 설리가 비행기 사고에서 승객들을 구해낸 영웅담에 대한 뉴스릴이 등장하는데, 설리는 그 뉴스를 보고 뿌듯해한다거나 자랑스러워 하는 기색 없이 자신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승객의 인터뷰를 외면해버린다. 자칫하면 비행기 추락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다쳤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설리가 끌어낸 결과는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 설리가 허드슨 강에 긴급착륙한다고 했을 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대표작이다. 영화 산업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이란의 영화지만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명성보다 웅장하거나 블록버스터처럼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다. 시작부터 작고 어린아이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교실 속 서럽게 우는 아이와 그 아이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응시하는 친구의 모습은 관객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을 시작으로 관객을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영화는 마을의 전체적인 풍경과 주인공 아마드만을 따라간다. 특유의 잔잔한 감성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까지 드는 연기가 압바스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집’이라 하면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자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여겨진다. 아마 영화감독에게 집이란 감독의 스타일과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압바스의 대표작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그의 ‘집’을 살펴보도록 하자.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현실적이다. 흔히 ‘길 3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
단편영화 수요기도회는 이미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상영한 독립영화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 관객은 이 영화의 제목만 보고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까 추측한다. 하지만 ‘기도회’라는 건 영화 제목 뿐만 아니라 영화 내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영화는 중년 여성들로 가득 찬 집에서 시작한다. 함께 기도문을 외는 그녀들의 모습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을 때,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을 경계하며 도망가는 한 여인과 그녀를 쫓아가는 사람들과의 추격전은 긴장감을 준다. 좁은 골목을 배회하며 겨우 들어간 허름한 아파트에서 중년의 여인은 젊은 아이 엄마를 붙잡는다. 아이 엄마의 등장으로 극이 시작된다.자신을 구해준 아이 엄마 소연에게 중년 여인 헤라는 일자리를 제안한다. 바로 수요기도회에서의 아르바이트이다.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소연에게 돈이란 필요한 것이고 그녀는 헤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요리 솜씨와 싹싹한 태도로 수요기도회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소연과 순박하고 수수한 소연의 모습에 미소 짓는 헤라의 모습은 따뜻한 감정을 형성한다. 영화는 내내 두 사람의 따뜻한 눈빛과 차분한 대사로 흘러간다
영화 <저수지의 개들>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이다.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시답지 않은 대사의 나열로 그들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한다. 대화를 끝으로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미스터 오렌지를 시작으로 처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 섞인 순서로 보여준다. 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 특히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영화 스타일은 그들의 초기 작품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인 이 <저수지의 개들>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타란티노 작품의 연출, 스타일, 분위기와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비록 저예산을 가지고 촬영한 영화라 현재의 작품들보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선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 타란티노의 작품들에는 ‘오마주’라는 기법이 사용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킬 빌>은 동양의 무협영화나 느와르 영화에 대한 동경이 바탕이 되어 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수지의 개들>은 홍콩의 느와르 영화 '용호풍운'의 설정, 장면, 분위기 면에서 많은 것을 오마주했다. 세 명이 서로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