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의 광고칼럼 1] 앱솔루트 코리아, 그리고 우리의 시선

2016년 최고의 이슈를 뽑아보자면, 단연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라 할 수 있다. 게이트란 1972년 6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한 단어로,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 사건 또는 스캔들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전국의 많은 대학교가 시국선언에 참여했고,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은 12월 9일에 표결해 234표로 가결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2월 10일, 한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스웨덴 보드카 회사, 앱솔루트의 어느 한 광고이다.



이 광고에는 광화문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로 거리에 촛불이 보드카 병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광고의 중앙에는 '앱솔루트 코리아(ABSOLUT KOREA)'와 오른쪽 아래 편에는 '미래는 당신이 만드는 것(THE FUTURE IS YOURS TO CREATE)' 그리고 '책임감 있게 즐기다(ENJOY RESPONSIBLY)'라는 문구가 쓰였다.


이 광고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게시되자 마자 SNS에서는 “촛불집회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또는 “현 시국을 잘 표현한 앱솔루트 다운 참신한 광고이다.”라며 찬반이 갈라졌고 SNS뿐만 아니라 각종 신문사와 사진 업계에서도 의견이 상반되었다. 과연 앱솔루트는 촛불집회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일까? 여기서 잠깐 앱솔루트의 광고 역사를 이해한다면 이 광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앱솔루트는 그동안 각 국가나 도시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광고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앱솔루트 브루클린'으로 예를 들자면, 관광명소인 브루클린 다리를 활용하여 광고 사진을 제작했다.



앱솔루트 브루클린뿐만 아니라 국가나 도시를 대상으로 제작한 다양한 지역 시리즈의 앱솔루트 광고가 있다.


 

‘앱솔루트 보스톤’ 같은 경우, 보스톤 강가에 엎어진 영국의 차(TEA)박스를 보드카 병이라는 큰 틀 안에 표현하여 이 광고를 접한 많은 사람이 보스톤 차 사건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이 사건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추가로 뉴욕 911테러 사건 당시 앱솔루트는 쌍둥이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보드카 병으로 표현하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사건을 추모하고자 제작한 ‘앱솔루트 911’ 광고가 있다. 그 밖에도 앱솔루트 광고는 오래전부터 지속해서 국가나 도시뿐만 아니라 정치, 음악, 문화, 테러, 전쟁 등 다양한 소재들을 컨셉으로 하여 시대의 흐름을 잘 표현해 제작해왔다.



앱솔루트 광고 역사를 통해, 어쩌면 수백 편의 신문 기사들보다 단 한편의 광고 사진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앱솔루트 코리아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이 심각한 국내 정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광고를 게시했다는 점, 앱솔루트가 이러한 시국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의 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은 촛불집회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발생한 오해가 아닐까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 우리는 좀 더 개방적인 마음으로 광고를 바라보고 수용적인 태도로 광고를 문화 일부분으로 받아드리는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앱솔루트 코리아는 국민 스스로가 국가와 미래를 위해 비폭력적이고 성숙한 방식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것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헌정광고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단지 주류 브랜드라는 이유로 광고의 상징성을 간과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회사에 광고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민주적 항쟁을 대표할 수 있는 촛불집회를 상징화했다는 점에서 그만큼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를 바란다.


나는 앱솔루트 코리아가 ‘촛불’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본다. 미래에 ‘촛불’이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과 향유할 수 있는 한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종종 느꼈던 것은 아직 국내에 현 시국을 풍자하거나 표현한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갑이 광고주라고 하면 을이 광고회사라 그런지 공개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예술이나 개그 프로그램, 영화처럼 현 시국을 풍자하는 내용의 광고 하나 조차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광고를 볼 때 개방적이고 넓은 마음을 지니고 바라본다면 언젠가 아주 잘 만들어진 헌정광고가 국내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칼럼소개: 작년 12월, 논란이 되었던 앱솔루트 코리아.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브랜드일 수도 있는 앱솔루트의 광고 역사를 통해 우리가 광고를 바라볼 때 좀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마음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한 칼럼이다. 앞으로도, 한때 논란이 되었던 광고나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광고에 대해 칼럼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광고를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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