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채린의 영화칼럼 2]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집은 어디인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대표작이다. 영화 산업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 이란의 영화지만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명성보다 웅장하거나 블록버스터처럼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다. 시작부터 작고 어린아이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교실 속 서럽게 우는 아이와 그 아이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응시하는 친구의 모습은 관객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을 시작으로 관객을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영화는 마을의 전체적인 풍경과 주인공 아마드만을 따라간다. 특유의 잔잔한 감성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까지 드는 연기가 압바스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집’이라 하면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자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여겨진다. 아마 영화감독에게 집이란 감독의 스타일과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압바스의 대표작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그의 ‘집’을 살펴보도록 하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현실적이다. 흔히 ‘길 3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영화에 세트장이나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기법이 사용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압바스의 영화를 두고 다큐멘터리가 혼합된 영화 같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특이한 카메라 기법 없이 장면을 담아낸다.


이런 특징이 그의 영화를 독립 영화처럼 소박한 느낌을 주게 한다. 또 장면 구성이 이란 사회의 모습과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비유하자면 TV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나 볼 수 있는 이란의 집들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여기에 배우들의 꾸밈없이 담백한 연기가 현실성을 더한다. 그들의 연기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비전문 배우라는 점이다. 연기를 배운 적 없는 배우들을 기용하면서 압바스는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연기를 그대로 영화에 담아 관객에게 보여준다. 선생님께 혼나는 아이와 어머니에게 혼나는 아이, 그리고 친구가 자신 때문에 퇴학당할까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관객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압바스의 연출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더없이 순수한 감정을 어린아이를 통해 말하는 방법은 그 어떤 연기보다 더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압바스의 영화 속 화려하지 않은 영상 기술이 그의 영화적 스타일을 더 돋보이게 한다. 화려하지 않은 카메라 기술이 어떻게 특징이 될 수 있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압바스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기술이 특징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인물을 따라가고 그들을 클로즈업하거나 하는 기술만이 나타난다. 더군다나 영화 속 인물들의 워킹이나 모션도 있어야 할 만큼만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비전문 배우들이 많아 그들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움직임이 전부다. 이런 연기와 이란의 사회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장면들이 카메라와 만나면 소박함과 진솔함은 배가 된다.



영화는 뚜렷한 주제의식이나 교훈보다는 아마드만을 통한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다루고 있다. 또한,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의 소통이 단절된 모습과 갈등의 해소를 말하고 있다. 친구의 퇴학을 막기 위한 아마드만의 간절함이라는 정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이기적인 어른들에 대한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다. 현실적이고 꾸밈이 없는 영화이기에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압바스의 영화적 스타일은 다른 감독들이나 연출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보인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지만, 아마 후대에까지 그의 영화는 높이 평가받고 관객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길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칼럼소개 : 거장의 영화를 보면 왜 그들이 '거장'이라고 불리우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감독이 만든 여러 영화를 감상하면서 감독들의 연출과 영화적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훗날 미래의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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