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의 의료칼럼 2] 아가야, 엄마랑 '수두파티'하러 갈까?

아이를 위한 일? 자연주의 육아 '수두파티'

요즘 영유아를 키울 때 예방 접종을 맞히지 않고 면역력 강화만으로 병을 극복해내도록 유도하는 자연주의 육아법을 내세운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수두에 걸린 아이를 수소문하고 수두에 걸린 아이와 함께 파티를 여는 '수두 파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즉, 수두 파티라는 것은 요즈음 자연주의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고 병원을 안 가고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적으로 면역을 얻으려고 일부러 수두 걸린 아이 집에 아이들을 모아 자연스러운 접촉으로 함께 놀게 해서 수두에 걸리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수두백신에 대한 엄마들의 불신에서 비롯한 것인데, 발달 장애나 자폐증과 같은 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백신의 무용론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수두 파티는 미국과 호주 일부 지역에서 한때 유행했고 지금은 금기시되고 있음에도 수두는 어릴 때 걸릴수록 증상이 가벼운 데다 한번 앓고 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어린 시기에 맞추어 일부러 걸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율라 비스가 쓴 ‘면역에 관하여’는 인간이 면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백신과 예방접종이 실제로 어떻게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수두 파티를 예로 언급하고 2011년 뉴스에서 수두 바이러스가 묻은 막대 사탕을 파는 여자의 인터뷰를 계기로 수두에 걸린 아이가 핥은 사탕을 주고받는 부모들이 생겨났지만, 이 수두 사탕에는 B형 간염 외에도 인플루엔자, A군 연쇄상 구균 등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들도 같이 감염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19세기에 백신 접종의 대안으로 일부러 약한 수두에 걸리게 하는 종두법이 있었는데 종두로 수두에 걸린 사람들은 치사율이 1~2퍼센트였기 때문에 백신 접종보다 훨씬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수두는 중학생도 걸리는 병

 

작년 가을 기숙학교인 우리 학교에서는 수두 감염이 급속도로 번지자 예방 접종을 하도록 가정통신문이 나갈 정도로 학교에서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수두는 주로 5~7월 또는 가을에 유행하며 미열 후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물집성 발진이 몸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두의 초기 증상은 평균 14~16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급성 미열이 나타난다. 1~2일간의 전구기를 거친 후 몸통에서 시작하여 얼굴과 어깨로 퍼져나가는 피부 발진이 시작되며, 3~4일 간의 수포기를 거쳐 7~10일 이내에 딱지를 남기고 호전된다. 수포는 발생 초기일수록 전염성이 강하고, 수두의 물집에서 나오는 액의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며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딱지가 생기면 전염되지 않으므로, 수포 발생 후 딱지가 앉을 때까지 가정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보통 자연적으로 낫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으나 증상 완화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수두는 보통 3~6살 연령대에서 많이 걸린다지만 중학생이 되어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새삼 놀라웠었다. 다행히 나는 2차 예방 접종 탓인지는 몰라도 수두를 피해갈 수 있었다. 예방 접종을 하면 수두에 걸리더라도 약하게 지나간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맞는 독감 예방주사처럼 말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감염 질환이 그렇듯 우선적으로 손 씻기를 열심히 하고, 기침 예절을 지키는 등 개인위생을 잘 지켜야 한다.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는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도움 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아이들은 전염되기 쉬우므로 평소 체력 단련과 함께 규칙적인 식습관을 비롯하여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

 

아기를 가진 부모들은 생후 6개월까지 접종시기를 놓칠세라 각종 예방접종들의 리스트를 체크하며 아기를 데리고 보건소로 병원으로 다니기에 바쁘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이렇게 많은 예방접종이 필요한지 예방접종의 부작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필수접종마저도 거부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한 예가 수두파티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접종 거부가 의사결정권이 없는 아동의 건강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데다, 자기 자녀를 보균자로 만들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상황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모두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라는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나는 조사를 통해서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되면 수두가 발병하고 이후 이 바이러스가 감각신경 세포 안에 잠복해 있다 다시 활성화되었을 때 대상포진이 발병한다. 따라서 수두를 한번 앓은 사람은 앓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된 후 대상포진의 발병 위험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백신으로 항체를 만들어주는 대신 일부러 수두를 전염시키는 일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라는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 수두가 학교에서 유행할 당시의 괴담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쯤 수두를 앓게 되는데, 어려서 한 번도 수두를 앓지 않은 사람은 성인이 된 후 대상포진을 앓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대상포진을 앓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수두를 앓고 가는 게 낫다는 유언비어가 엄마들 사이에서도 돌고 또 돌았다고 한다.


율라 비스는 의학적 신중함과 사회적 편견에 대하여 우리가 편견을 백신으로 예방하거나 손을 씻듯이 씻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질병은 늘 존재할 테고, 그런 질병은 늘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투사하도록 유혹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백신 접종에는 의학을 초월한 이유들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칼럼 소개 :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의학자를 꿈꾸는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 의료 칼럼니스트 신승환입니다.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면역체계와 감염병에 대한 것이고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희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및 불치 암 환자를 위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쓰게 될 칼럼의 내용은 주로 인간의 면역체계, 감염병, 불치병 등에 관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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