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의 의료칼럼 3] 생명나눔, 목숨 물려주기

또 하나의 생명에 불을 붙일 장기이식

얼마 전 군대에 간 고종 사촌 형이 고모에게 콩팥을 이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콩팥을 내어 준 형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할머니는 손주가 딸을 살렸다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나는 그동안 너무 먼 이야기 같고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장기이식’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고 이 기회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장기이식의 형태에는 기증자의 조건에 따라 살아있는 사람에서 장기를 떼어 주는 생존기증자 이식과 뇌사에 빠진 사람이 장기를 주는 뇌사 기증자 이식 그리고 사망 후 안구 등을 사후에 기증하는 사후기증자 이식으로 구분되는데 생존기증자와 뇌사 기증자 이식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후기증자 이식은 제한적인 장기이식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이식의 대부분은 생존기증자 이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생존자기증이 많은데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서 이뤄진 생존자 신장·간 이식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많으며 특히 생존자의 간이식은 전 세계 수술 건수 중에서 4분의 1이 우리나라 일만큼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생존 기증자 이식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가족이나 친족 사이의 기증이 많이 이루어지며 2013년 국내 생존자 장기기증의 통계를 보면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 8촌 이내 혈족이 1,767건으로 전체(1,835건)의 96.3%에 달했고 3.7%만이 혈연관계가 아닌 순수기증이나 교환 이식 또는 타인지정으로 이루어진 다른 사람의 기증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생존기증자 이식에 비해 뇌사자나 사후의 장기기증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그 이유는 남은 가족들이 뇌사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사후 신체 훼손을 금기시하는 유교 문화 때문으로 진단된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효경(孝經)》에 실린 공자의 가르침인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즉,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에 따라 신체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으로 손상을 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7천여 명이 되지만 장기기증자는 2천6백여 명뿐이어서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의 평균 대기시간은 3년 3개월꼴로 매년 5백 명이 장기를 기다리는 대기 중에 안타깝게 사망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뇌사자나 사후기증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기증 대기자가 늘고 있는 만큼의 뇌사나 사후 기증에 따른 장기기증자가 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2015년도 통계 기준으로 볼 때 뇌사 기증자 1명이 3.25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탤런트 김성민 씨는 뇌사 판정을 받고 콩팥 2개와 간 1개, 각막 2개가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각각 기증돼 총 5명에게 새 생명을 살렸다. 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5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어느 50대 남성이 10년 전 뇌사자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아 건강하게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쓰러져 뇌출혈로 뇌사에 빠지자 이번에는 자신이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 준 뉴스도 있었다. 아마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뇌사자보다 유가족의 결정과 판단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렇게 뇌사자의 장기이식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자신이 뇌사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새 생명을 얻게 해주었다는 것을 볼 때, 참으로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의미가 크게 와 닿았다.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의 태도가 바뀌면 세상에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죽을병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새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조선 시대 때 비롯된 유교 사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백여 년이 흘렀고 첨단 과학의 시대에 ‘신체’에 대한 현대인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나는 미래에 인류의 생명 연장에 대한 연구로 살고 싶은 마음인데,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얻어 살아가는 일에 장기이식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인식을 새롭게 하여 죽으면 땅에 묻어 흙이 되어 버리는 몸을 다른 사람의 새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며 세상을 밝게 하는 뜻깊은 일인가를 깨닫고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칼럼 소개 :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의학자를 꿈꾸는 청심국제중학교 2학년 의료 칼럼니스트 신승환입니다.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면역체계와 감염병에 대한 것이고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희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및 불치 암 환자를 위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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