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의 광고칼럼 5] 쉽게 스킵할 수 없는 광고, 변화하는 광고 트렌드

여러분은 평소 원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기 전, 광고 영상이 나오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 자신에게 매우 흥미로운 광고로 느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등장하는 'skip' 버튼을 눌러 영상의 남은 부분을 건너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함부로 건너뛸 수 없는 광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공개됐지만,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두 광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아직 이 광고를 접하지 못한 친구들은 칼럼을 한번 읽은 후 5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이 광고 영상들을 시청해보길 바란다.

1. 제일기획 인도광고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삼성이 찾아갑니다. (We will take care of you where you are)"

지난해 말 인도 삼성전자가 공개한 이 광고 영상은 40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8천 400만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 확인 결과 현재의 유튜브 조회 수는 1.01회건을 보인다.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이 넘는 광고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3~4편에 불과하다. 약 4분 길이의 이 광고는 서비스 밴을 탄 삼성전자 엔지니어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오지 마을 고객의 TV AS 요청을 받은 엔지니어 아밋은 서비스 벤을 타고 출발한다.


고객에게 찾아가는 길은 쉽지가 않다. 위태로운 산비탈 꼬부랑 도로부터 시작하여 거대한 나무, 양 떼가 길을 막아 길을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긴 여정 끝에 가까스로 도착한 목적지는 바로 맹아원이다. 제시간에 도착한 아밋은 맹아원 거실에 있는 TV를 수리한다. 수리가 무사히 끝나자 교사는 아이들을 거실로 모은 후, TV를 틀어 맹아원 친구가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한다. TV 속 친구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몇몇 아이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이 광고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출시한 '찾아가는 고객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산간지역과 같이 교통이 불편하여 쉽게 방문이나 AS가 어려운 고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 500대 이상의 서비스 벤 차량을 도입하여 인도 전역에 제품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3월, 미국 광고 전문지 '에드위크 (Ad week)'는 이 광고를 '오늘의 광고 (Ad of a day)'로 선정했다. 국내에서도 SNS를 통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즉, 삼성광고가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영화같은 이야기 구조와 아름다운 영상, 음악 등이 인도인의 관심을 끌었다."며 "난관 극복과 인간애와 같은 인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아낸 것도 성공의 요인." 라고 말했다.

2. 현대차 슈퍼볼 광고 ( A Better Super Bowl | NFL Hyundai Super Bowl LI)

올 2월 6일 (한국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제51회 슈퍼볼은 뉴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현대차의 광고는 경기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현대차 광고의 주인공은 폴란드 파병 제4보병사단, 장병들이었다. 막사 내에서 슈퍼볼 경기를 즐기고 있는 도중 3명의 장병이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아 1명씩 각자 다른 창고로 입장한다. 그러나 그곳은 평범한 창고가 아닌, 원형 스크린의 가상 현실 장치 (VR) 가 설치된 방이다. 각 군인이 창고로 들어가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는 순간 그들의 눈앞에는 올해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미국 휴스턴 NRG 스타디움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경기장 체험, 경기 관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오랜만에 서로의 안무를 전하는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9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올해 슈퍼볼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해외로 파병된 군인과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번 현대 광고는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월 15일, 미국의 광고 전문지 에드버타이징 에이지에 따르면 현대 자동차는 그 주 차트에 처음 진입하여 광고 부분 2위에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군인과 가족에 대한 의미가 어느 것보다 큰 미국이기에 그에 대한 효과는 커졌다. ", "'페드리어트 데이'와 '딥 워터 호라이즌'의 파터 버그 감독이 연은 이번 광고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하여 작년 현대차 슈퍼볼 광고보다 절반 정도의 저렴한 제작비가 들었고 직접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현대차 이미지를 훨씬 업그레이드했다."고 자평했다. LA 스포츠 바에서 슈퍼볼을 지켜본 존 매콜리는 "올해 슈퍼볼 광고 가운데 현대차 광고가 가장 눈에 띄었다."라면서 "미국에서 슈퍼 히어로는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들인데 현대차가 이를 잘 캐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영상을 접하였고, 주요 마케팅 대상과는 큰 관련이 없는 다수의 사람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영상에 감동하였음을 표하며 현대차 광고를 극찬하였다.

앞으로도 많은 광고가 해당 상품의 상업적인 매력만 강조하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감동이나 여운을 안겨다 주는 요소를 첨가하여 등장할 것이다. 또한, 이번 현대 슈퍼볼 광고처럼 VR (가상현실장치)와 또 다른 감정 요소와 결합하여 우리에게 색다른 느낌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 (3월 30일에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8' 공식광고 'Ostrich(타조)'를 참고하길 바란다.) 그러므로 이러한 광고들을 보기 만나기 위해 동영상을 시청하기 전 나오는 광고 영상 아래 스킵 버튼을 빠르게 누르는 준비를 하는 우리의 손가락을 잠시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설명: 주로 한때 논란이 되었거나 우리가 지나쳐버렸던 광고에 대해서 다룬다. 이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광고를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하나의 광고를 보더라도 기존의 생각들과는 다른 좀 더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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