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승의 시사칼럼 11] 범죄자 신상 공개, 약인가 독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범죄자의 얼굴, 이름을 포함한 신상 공개는 이점과 문제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회적 딜레마 중 하나이다.

 

범죄자, 그중에서도 흉악범의 얼굴 또는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은 그 범죄자의 얼굴을 눈에 익혀두어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당연한 죗값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꽤 많다. 나도 과거에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떠한 정보를 접하고 그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 정보는 바로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된 후에, 그 범죄자뿐만이 아닌 그 범죄자의 가족, 과거의 연인, 친구들 같은 주변 관계의 사람들 또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거나 손가락질을 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범죄자 본인이 아닌 동명이인까지도 피해를 입는다는 걸 알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범죄자라면, 어떤 죄를 저질렀든, 무조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것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생각이 한없이 부족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피해를 생각한다고 해서 무작정 신상 공개를 하는 걸 회피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저지른 범죄의 죄질에 따라 신상 공개를 하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한다. 살인, 강간, 절도 등의 죄에 따라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작은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기에 많이 부족하고 문제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죗값을 저질렀음에도(물론 작은 죗값이라는 생각에는 주관적인 가치가 개입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갱생의 여지없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너무 잔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나는 평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다른 이의 인권이 지켜지기 위해 범죄자의 주변인들, 잘못이 없는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다. 서로의 인권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힘들고도 주관적인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지만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억울함과 차별이 없는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소망한다.




칼럼 소개 : 이 세상에는 크고 방대한 일들도 많지만, 사람들의 작고 소소한 일들 또한 담아내고 싶은. 사람들의 따뜻함과 슬픔, 다양한 감정들을 글 속에 한 움큼 뿌리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시사 칼럼니스트, 이주승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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