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지의 의료칼럼 4] 의사의 마음가짐

대부분의 사람은 ‘의사’라고 하면 무조건 화려하고, 멋있고, 돈 잘 벌고, 착하고, 깨끗한 줄 알고 있다. 의사라고 해서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최근 돈을 많이 벌고 높은 권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의 양심까지 팔아버리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사명감, 언제든지 치료할 수 있는 부지런함, 끈기와 공부가 필요하다.



가난한 가정에서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난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신학대학을 졸업하여 사제 서품을 받고 아프리카 수단 남부인 톤즈(Tonj)로 향하였다. 의사로서 안정되고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는 수많은 내전으로 황폐해지고 말라리아, 결핵 등 많은 전염병의 천국인 그 곳 톤즈로 의료 및 선교 활동을 하러 갔다.




수단에서 ‘쫄리’라고 불리는 이태석 신부는 톤즈 뿐 아니라 그 주변 일대의 생명줄과도 같은 병원을 지어 사랑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아프리카 청소년들과 함께 이태석 신부는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의료상의 물질적 봉사와 마음의 위로를 선교와 음악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주었다. 이태석 신부는 내전이 발발한 곳도 무릅쓰지 않고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치료해주었다. 수단 사람들이 서로 싸우다가도 이태석 신부가 나타나면 순한 어린양이 되어 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처럼 이태석 신부는 의사로서 의사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 참된 의사의 마음가짐-출전 靑邱野談(청구야담)
조선 후기의 침의(鍼醫)로서 뛰어난 침술의 명의인 조광일(趙光一)의 일화를 통해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살펴보자.


조광일은 합호의 호숫가에 은거하면서 민간에 침술을 널리 베풀어 명성이 높았습니다. 성품이 강직하고 부귀를 탐하지 않기로 소문이 났으며, 시종일관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는 일로 낙을 삼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의술이란 천한 기술이고, 시정은 비천한 곳이오. 그대의 재능으로 귀하고 현달한 사람들과 사귀면 명성을 얻을 것인데, 어찌하여 시정의 보잘것없는 백성들이나 치료하고 다니오?"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조광일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세상의 의원들이 자기의 의술을 믿고 사람들에게 교만하게 구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들은 부자나 세력가와 어울리면서 가난한 사람은 하대하고 치료하기를 꺼립니다. 이것이 어찌 의원의 도리이겠습니까? 불쌍하고 딱한 사람은 저 시정의 궁박한 백성들입니다. 귀하고 높은 사람은 쉽게 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백성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제가 민간에 노닐며 부귀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을 찾지 않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것은 어떠한 종교에 속해있다고 해서만 베푸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눈을 맞추고 배려를 해주어야한다. 환자와 의사의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나 먼저 사람과 사람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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