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라의 과학칼럼 6] 범인 잡아라, 과학수사

완전 범죄란 없다.

과학수사? 현장조사?

미국의 법과학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가 한때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순한 현장 감식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들을 분석하고 법의학을 이용하여 증거를 더 찾아내는 방식의 수사법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참신한 소재를 가진 드라마였다. 그 참신함이 인기의 원인이 아니었다 생각한다. 법과학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드물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수사법은 모두 실제 범죄현장을 조사할 때 사용되고 있는 방법들이다.

과학수사는 언제 처음 시작되었을까?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서기 1000년 로마 법정에서 피 묻은 지문을 단서로 용의자를 지목했다는 기록이 최초의 수사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은수저의 색깔 변화로 독의 여부를 판별하는 등의 법과학이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과학수사는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창설로 시작되었다.

살인사건 발생!

어제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행시간은 오후 10시 이후로 추정되며, 현장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만약 당신이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피해자가 있던 자리에는 폴리스 라인을 쳐 두었고, 그 주변에도 큰 증거들 주변은 표시해 두었다. 큰 증거들 외에도 무언가 묻은 천들이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다.

현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있다. 폴리스 라인 외부에도 무언가에 의해 젖은 손수건, 피해자가 마신 걸로 추정된 음료 등.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수사해보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남긴 혈흔, 발자국, 지문 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많은 조사를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로 작용하는 혈액과 지문을 채취하는 두 가지 수사법과 그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혈흔 찾아라, 루미놀

흉악범죄일수록 범죄 현장에 혈흔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혈액은 물로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수사에서는 혈흔을 발견해내기 위해 루미놀을 활용한다.

루미놀은 화학발광을 나타내는 화학물질이다. 현장에서는 혈흔의 유무가 불분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루미놀 용액과 과산화수소수를 혼합하고 그 용액과 혈액이 반응하면 루미놀은 푸른색으로 발광한다.

범죄 현장에서 혈흔의 유무가 불분명할 때 루미놀을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무슨 의미일까?

천에 혈액을 묻힌 후 그 천을 빨아 혈흔을 제거한 후, 루미놀 용액과 반응을 시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발광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혈액을 다 제거했다고 생각해도 루미놀 용액을 사용한다면 그 제거된 혈흔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우선 혈흔이 발견되면 그 혈액을 채취한 후,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피해자의 혈액인지, 용의자의 혈액인지를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때 분석된 혈액이 가해자의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물로 사용될 수 있다.

지문찾기

루미놀의 발광반응을 이용하여 혈액을 찾는 것보다 더 먼저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바로 지문 채취이다. 지문은 손가락에 묻어 있던 땀이 종이나 유리 같은 표면에 닿는 순간 그 자리에 남는다. 맨눈으로는 식별하기가 어려워 과학적인 방법으로 채취한다.

채취는 어떻게 할까? 땀이 표면에 남는다고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땀의 기름 성분은 말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요오드를 이용하는 ‘기체법’을 주로 사용한다. 갈색의 요오드 기체가 땀에 섞여 나온 지방질 성분과 반응하여 선명하게 나타난다.

지문은 유전이 아니고, 일란성 쌍둥이마저 다른 개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다. 그러므로 지문을 감식하는 것은 용의자를 확실히 하는데 주요한 증거가 된다. 하지만 지방질의 성질이 어떠한 물체의 표면에 묻는 것을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전체 지문을 채취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과 함께 지문을 감식하여야 용의자 추론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범죄

현장조사가 과학수사의 출발이기 때문에 현장의 보존 정도와 수사관이 현장에 도달했을 때와 범죄 발생시간과의 시간 차 등,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이 있다. 제거하기 힘들고,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증거들이 남는 과학수사가 법적 효력을 갖는 증거물을 찾아낼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과학수사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보존이 우선이다. 지문과 같은 지방질의 증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채취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 현장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기보다는 과학 수사 중에도 최소한의 훼손만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범죄의 다양화, 지능화 또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에 따라 과학수사가 보편적인 수사 방법이 되었고, 그에 따라 과학 수사기술의 발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학수사 기술의 발달은 단순히 검거율 증가뿐만 아니라 범죄율 감소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칼럼소개 :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을 위하여, 미래의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이 직접 작성한 과학 칼럼, 어렵다고 생각되는 과학은 실제로 어렵지 않고,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과학은 실제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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