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채린의 영화칼럼 8] 여성 영화인의 축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 영화인의 축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난 6월 1일,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을 선언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여성 감독들, 여성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여성영화제이다. ‘여성들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라는 문구가 당당히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만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 감독, 여성 주인공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여성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이다. 주제에 걸맞게 영화제는 컬러가 아닌 흑백 영화 시대 때의 영화들로 구성된 ‘페미니즘 필름 클래식’, 미래의 여성 영화인 발굴을 위한 ‘피치 앤 캐치’ 섹션과 성적 소수자들의 삶을 다룬 ‘퀴어 레인보우’, 10대 감독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담은 ‘아이틴즈’, 그리고 국내외 여성 감독들의 영화로 구성된 ‘아시아 단편 경선’ 등의 갖가지 섹션으로 장르, 국적, 나이에 구별 없이 뛰어난 여성 영화들을 상영했다.

가장 큰 여성 영화제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나는 10대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아이틴즈’ 부문의 관객 심사단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생각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새로운 시선이 가득 담긴 청소년 감독들의 영화를 관람하고 나와 같은 청소년으로 이루어진 관객 심사단과 함께 심사한다는 사실이 이번 영화제가 나에게 준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비록 예술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내 영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10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평가할 기회는 별로 없던 터라 상당히 기대되었다. 10대의 마지막 열아홉 살인 올해가 가기 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감독님들,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관객 심사단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여성’에 대한 영화제이고, ‘청소년’ 섹션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비롯해 사회에까지 더 넓은 견문을 가질 기회임이 분명했다.
 
관객 심사단으로 활동하게 된 건 처음이라 부푼 기대를 안고 개막식에 참석하였다. 영화관 스크린에 당당히 관객 심사단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개막작 ‘스푸어’를 관람하지 못한 것에 실망했지만 며칠 뒤 이어질 아이틴즈 섹션을 관람할 수 있었다. 청소년 감독들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영화들을 감상하고 아이틴즈 관객 심사단과 회의를 진행했다. 심사단들도 10대 청소년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중간중간 갈등도 생겼다. 하지만 서로 타협하고 동의하는 과정을 통해 수상작 두 편을 뽑았다.
 
특히 배우 김아중 님이 아이틴즈 섹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배우로서의 넓은 시각과 청소년 심사단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 이어 심사단 활동을 끝냈을 때, 나는 큰 성취감을 느꼈다. 여성 영화인으로서 영화계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것이 취미인 나에게 다른 이들과 함께 비평하는 활동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년에는 비록 10대 청소년 심사단 혹은 감독으로서 참가는 할 수 없지만, 내년의 영화제를 찾아 올해와는 또 다른 영화를 감상하고 싶어졌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에게도 한 번쯤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

 

 

칼럼 소개 :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제 칼럼을 보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바를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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