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고] 지나가 버린 화수고등학교의 2학년 1학기를 추억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2학년 첫 등교를 하던 3월 2일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방학식이 다가왔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 방학식을 하던 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던 생일파티, 각종 수행평가와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던 지필 평가들, 신나는 체육대회와 최근에 진행된 학급 퀴즈쇼까지... 떠올려 보자면 계속 기억해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동시에 그와 함께 쌓인 추억도 참 많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한 학기 동안 있었던 갖가지 일들을 추억해 보기로 한다.

 

3월 2일, 잔뜩 긴장한 채로 새 교실 문을 열고 자리에 앉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까지만 해도 올해 반 배정은 망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처음 보는 친구들이 자아내는 낯선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유난히 강했던 나의 긴장감은 담임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신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인상 좋으시고 활기찬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의 전담 과목은 내가 싫어하는 수학이었지만 수학을 열심히 해 보기로 마음먹게 된 게 바로 선생님 덕분이었다. 우리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첫 시간을 보냈고 편해진 분위기 덕에 나는 새 친구들을 금방 사귈 수 있었다.

 

중간고사 전까지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뿐이었던 것 같다. 내 생일이 있는 4월, 학급 생일파티 때 주인공이 되었던 일 말고는 나는 학급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늘 분위기 메이커 담당이었다. 친구들은 나의 썰렁한 농담에도 곧잘 웃어줬고 관심사가 겹치는 친구도 있어서 정말 좋은 아이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모두 공부를 잘하는 편인 덕분에 학업에 대한 나의 열정도 작년 대비 훨씬 불타오를 수 있었다. 선생님의 격려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결국 첫 중간고사 때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체육대회를 준비할 땐 학급의 다른 아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이미 학기 초 가졌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는 채였다. 모두가 친절하고 사려 깊은 아이들이었고 덕분에 나는 한결 편안하게 학급에 녹아들 수 있었다. 다른 반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컸지만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 재밌기만 하면 됐다'는 친구들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워가기도 했다. 비록 체육대회의 1등은 다른 반이 가져갔지만, 우리 반은 그보다 더 값진 유대감을 얻었다.

 

중간고사 때보다 범위가 넓어 힘들 것 같던 기말고사 준비도 친구들과 함께 문제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학기 중 멘토/멘티 활동을 하며 나와 친한 친구들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것은 정말 커다란 기회였다. 멘토/멘티 활동 덕분에 나는 줄곧 싫어했던 수학에 대해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으며,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누군가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이 이토록 값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맞춰지고 있었고, 불투명했던 내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달라졌고 친구들도 성장했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 좋은 사람들이 모여 결국 한 학기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 다가올 2학기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린 해 왔던 것처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방학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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