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이 단어는 나에게 소녀답고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영화 소개에 쓰여 있는 여주인공 ‘미소’에 대한 설명 중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만 있으면 된다’는 문구는 낯설고도 흥미롭게 읽혔다. ‘술, 담배’라는 유해한 요소가 ‘소녀’와 어떻게 어우러져서 포스터처럼 서정적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내가 괜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씩씩하게 살아가는 미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선 소공녀의 영어 제목은 “Micro habitat”이고 이것은 미소서식지를 뜻한다. 주인공 미소의 이름도 미소서식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미소서식지는 작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리를 의미하는데 제목처럼 이 영화의 내용은 미소가 자신의 집,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미소는 고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가정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 여성 캐릭터이다. 미소에게 별다른 욕심은 없다. 미소는 오직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백발인 미소가 그 머리를 흑발로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먹는 약도 있다. 작은 방 한 칸에서 하루하루 벌어가며 빠
영화 <슈렉>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들만큼이나 뛰어난 영화들을 선보이는 드림웍스의 <슈렉>은 다시 한번 보면서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윌리엄 스타이그 작가의 “슈렉”이 원작인 영화 <슈렉>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히 여겨왔던 여러 클리셰에 대해 정통으로 맞서고 있다. 전형적인 요소들을 비꼬면서 흥미를 끌고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는 <슈렉>은 이전의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에 부딪혀 보기까지 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부터가 못생기고 무시무시한 괴물 ‘슈렉’이다. 흔히 예쁘고 잘생긴 인물들이 주인공을 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심지어 인간의 모습에 피오나 공주를 제외하고는 외모가 잘난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거인 슈렉과 피오나, 수다쟁이 동키, 숏다리의 파쿼드 영주까지, 이 또한 슈렉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작은 동화 속 이야기를 읽으며 시작한다. 물론 시작부터 반전으로 시작한다. 불길로 휩싸인 채로 용이 지키고 있
“맥북이면 다 되지요”. 영어로는 “Mac-boogie(맥부기)”. 이러한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해보았을 때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맥북을 원하는 젊은이의 상황을 솔직하고도 코믹하게 담은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면서 나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의 ‘나이 많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맥북을 통해 ‘늙은 여성’들에 대해, ‘진정한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맥북이면 다 되지요>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 마을에 살고 있으며 고등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는 중년 여성 효선은 조기폐경 진단을 받는다. 늙어가고 있는 여성으로서 여성성을 잃어가고 있는 그녀의 상황을 ‘폐경’이라는 상태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알맞고 구체적인 비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조기폐경이 다가오고 있는 효선의 상황을 여러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그녀의 내면까지 짐작이 가게 하였다. 효선의 조기폐경을 미루기 위해서는 300만 원 정도 하는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 천 생리대를 꿰
하늘에 흐르는 운명, ’천주정’.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영화 <천주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지아 장커 감독이 중국에서 일어난 이슈들을 바탕으로 창작한 영화이다. 폭력을 통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있기에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 속 범죄들의 기저에는 부패한 자본주의라는 원인이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이 영화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따하이’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따하이 마을의 촌장과 부동산업자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이익을 취해온다. 전용기와 아우디 A6까지 장만한 그들, 이것은 그들의 부를 상징한다. 따하이는 촌장과 부동산업자를 고발하고자 하였지만, 사람들은 시골 마을의 광부인 그를 무시한다. 결국 그는 장총을 들고 부패와 연관된 마을 사람들을 살해한다. ‘따하이’는 ‘후원 하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실제 후원 하이는 2001년 10월 26일 마을 사람들 14명을 쏘아죽이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2년 1월 25일 후원하이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영화는 강렬한 오프닝과 함께 시작된다. 한 남성이 본인에게 강도질을 시
요즈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모양의 짐을 들고 이동하시는 노인분들이 많이 계신다. 다름이 아닌 실버 택배원들이시다. 교통비가 무료인 65세 이상 노인분들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물건을 전달해주는 일을 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보게 된 단편영화 중 새로 생겨난 이 문화를 소재로 하여 현대 사회를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를 보았는데, 바로 <봉구는 배달 중>이다. 사회적 약자들 사이에 가슴 따뜻한 유대를 보여주고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각을 꼬집어주는 이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봉구는 배달 중>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두 계층, 노인과 어린이 사이에 일어나는 유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 ‘봉구’는 어르신 택배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인데, 딸이 미국으로 간 후 연락이 닿지 않자 본인이 직접 미국을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복권도 꾸준히 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홀로 유치원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 어린이 ‘행운이’를 만나게 된다. 행운이는 이혼 가정에 있으면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갈구하고 있는 아이이다. 이 영화는 봉구가 행운이를 안전하게 데려다주기 위한 여정이 담겨있다. 행운이가 문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을 맞으니 유독 국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 중, 6월 민주항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거짓으로 가득 찬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떠오른다. 그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처럼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6월 민주항쟁을 기리며 여러분에게 상징성이 강한 강렬한 단편영화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를 소개하고 싶다.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는 6월 민주항쟁 당시 부패한 지배집단에 의해 무력으로 고통당하고 고문당하던 젊은 청년에 대한 영화이다. 내내 진실을 울부짖으며, 제목과 같이 “은폐되고 있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물속에 가라앉고 있는 십자가로 시작한다. 그리고 물속에서 들리는, 웅웅거리는 음성으로 성경 말씀이 들려온다. 막혀있는 듯 울림 섞인 음성에 의해 영상이 더욱더 답답하게 느껴진다.‘잠기고 있는 십자가’와 ‘진실’이 관계를 이루는 이유 중 하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은폐되어가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게 된 계기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있다. 게다가 십자가는 가톨릭교
2019년에 개봉하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조커>. <조커>는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조커>가 흥행할 때에 우리 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영화 속 조커의 춤을 따라추고, 조커의 웃는 모습을 따라 하곤 했다. 그리고 조커에게 심하게 이입되어서 자신을 조커와 비슷하다고 느끼고 그 느낌에 심취해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영화 <조커> 속 행위가논란이 되면서도많은 사람들이 조커에게 공감을 하게 되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조커는 악당이다. 민중들을 괴롭히고 악한 짓을 일삼는 바로 그 악당이다. 그렇지만 영화 조커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어느새 마음속으로 조커의 살인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어느샌가 그의 행위를 응원하고 있다. 왜 이렇게 현대 사람들이 조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공감하는 것일까? 영화 <조커>에서는 조커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잘난 것 하나 없었던 아서가 바로 그 조커이다. 아서는 코미디언이 되어서 세상에 웃음을 전해주고 싶다는 밝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