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영의 인문학 칼럼] 시간이 무엇인가요

 

 

시간이 무엇인가요? 아마 누구도 이 질문에 정확하고 간결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 어학 사전에 ‘시간’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아도 정확한 정의를 찾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나 역시 언젠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시간은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 칼럼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하루를 보낸 뒤 다음 날을 맞이하고, 한 주가 끝난 뒤 다시 월요일을 맞이하고, 매년 해가 바뀌는 동시에 나이를 먹는다.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우리는 아주 먼 옛날, 까마득한 시간대에 흐르던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의 형태에 대한 고전적인 두 가지 관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떠한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 알고자 하였다. 그러나 추상적인 관념만 존재할 뿐, 아무도 시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시간의 정의는 무엇인지 나타낼 수 없었다.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시간의 형태를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그 누구도 “시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시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고전적인 관점 중 하나는 바로 직선적 시간관이다. 직선적 시간관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정의를 내리기는 매우 쉽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쭉 뻗어나가는 직선과 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전진해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 쉽게 설명해 보자면, 유리컵 속에 들어있던 물이 바닥에 쏟아졌을 때, 컵 속의 물은 언제든지 바닥에 쏟아질 수 있지만 한 번 쏟아진 물은 다시는 유리컵 속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고 하더라도, 멀쩡한 상태의 유리컵은 언제든지 컵을 바닥에 떨어뜨림으로써 조각날 수 있지만 이미 조각난 유리컵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이렇듯 시간은 앞으로만 나아가고 절대 뒤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성질을 ‘시간의 불가역적 성질’이라고 한다.1
 

이러한 직선적 시간관에 대비되는 시간에 대한 두 번째 관점은 시간이 순환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면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고, 점심시간에 식사한 뒤 다시 열심히 수업을 듣고 학원에 다녀오면 늦은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던 등교 시간에 맞추어 다시 학교로 향한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 밤을 지나 다시 아침이 된다. 시간이 앞으로만 전진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직선적 시간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간이 되돌아오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앞으로만 전진하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계절은 분명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함에 따라 변하지만, 곧 찾아올 겨울은 작년에 지나간 겨울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내일 아침 이른 시간에 등교하기를 언짢아할 것이고, 겨울이 끝나갈 때쯤이면 봄에 입을 옷을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암묵적으로 시간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는 입장을 ‘원형적 시간관’이라고 말한다.2

 

이러한 시간관의 차이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이어진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전진한다는 직선적 시간관은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진보적 역사관’을 낳지만, 원형적 시간관은 ‘순환적 역사관’을 낳는다. 순환적 역사관에서 인류는 발전과 퇴보를 반복한다. 이렇게 들으니 절대 후퇴하지 않고 발전해 나가는 인류의 기술과 문명은 진보적 역사관에 따라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순환적 역사관 또한 이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이전보다 더욱 발전된 세계에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생활 양식을 비롯한 삶의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 우리가 사람으로서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어느 쪽도 우리에게 시간의 정확한 정의에 대한 답변을 내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시간이 무엇이며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라는 작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그 정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나의 호기심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기에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시간이 순환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그 어느 쪽도 정답이 될 수는 없으나,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빛내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으며 노력해야 한다.

 

 

1. 참고 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웨일 북스 (21~23pg)

2. 참고 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웨일북스 (27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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