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연의 사회 칼럼] 성인은 주민등록증, 청소년은 청소년증

청소년증 그것이 궁금하다

 

 

여러분은 청소년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청소년증이란 재학생이라는 신분과는 상관없이 청소년임을 인정하는 신분증을 말한다. 청소년증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한 신분증이므로 공적 신분증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 성인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같이 자신을 밝힐 수 있는 신분증이 있지만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은 다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대다수가 학교에 다니므로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증을 사용한다. 그러나 학생증은 통일된 기준이 없고, 학교마다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신분증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그리고 대게의 학교들이 각 학교의 양식에 따라 종이에 작성하고 코팅을 해서 나눠준다. 그러므로 위조하기도 쉽고, 공식적으로 신분증으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본 기자는 얼마 전 성인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개념으로 청소년증이 있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 청소년증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 갈수록 왜 이렇게 좋은 제도를 뒤늦게 알게 되었나 하는 점이다. 여성가족부라는 정부 기관에서 추진하는 정책인데 많은 학생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홍보가 부족했고, 하나의 정책으로서만 끝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청소년증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뚜렷한 신분증이 없는 비학생 청소년들이 공식적인 신분증을 가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학생증과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들은 금융거래, 시험볼 때 신분 확인, 청소년 할인 등에서 불편과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학생증이라도 증명사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신청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주민센터 어디서든 신청할 수 있으며, 청소년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해당 연령은 만 9세~18세 이하로서 만 19세가 되는 그 전날까지 사용할 수 있다.1 

 

청소년증의 시작은 어느 고등학생이 일으킨 '나비 효과'* 같은 것이었다. 2003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박 호언 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학생 할인제'라는 기존의 제도를 '청소년 할인제'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였고, '청소년 할인제' 캠페인을 하였다.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서울시와 대전시에서도 청소년증 발급, 시행을 약속하였다. 그 후 국가인권위에서 박 호언의 진정을 받아들여 문화관광부에서 청소년증을 발급 계획 수립을 권고하였고, 드디어 2003년 10월, 서울시와 대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으며, 2004년 1월 1일부터 청소년증의 발급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이 제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차별 시정에 남은 역사적인 행정 사례에 포함되었다. 게다가 대게 학생증은 성명, 생년월일, 증명사진을 넣어 코팅한 단순한 종이에 불과하여 학생증보다는 청소년증이 더 공신력이 있고 신분증으로 유용할 수 있다. 청소년증은 청소년임을 입증함으로써 대중교통, 문화시설 및 놀이시설 이용 시 청소년제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서 본인확인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본인을 증명할 수 없는 청소년이 수능시험을 보게 될 경우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17년 1월부터 청소년증에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여 청소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청소년증은 신분증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낼 수도 있으며, 분실 시에는 개인정보의 유출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충전금은 환급이 불가능하다.2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에 따라 대게의 경우 학생이라는 신분을 유지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을 소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2021년 한 해 동안 초,중,고를 통틀어 42,755명이 학업 중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3

 

같은 연령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나누고 차별을 두는 건 옳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신경쓰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위의 통계를 보더라도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적은 수가 아니다.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그것이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증을 제안한 박호언 학생의 생각을 본 기자는 지지한다.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청소년인 박호언 군이 이루어낸 것을 보면, 청소년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작은 변화든 큰 변화든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고, 청소년의 입장에서 직접 겪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실생활에 더 와닿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미성숙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목표와 진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사회는 모든 청소년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차별을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증이 가지는 본래의 의도와 취지를 이해해야 하며, 소수라도 포용하고 품을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청소년증은 학생과 비학생을 나누는 것이 아닌 하나로 인식하고 모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뜻: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1.참고: http://www.mogef.go.kr/sp/yth/sp_yth_f005.do

2.참고:https://namu.wiki/w/청소년증

3.참고:「2022 교육통계연보」 (교육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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