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의 시사 칼럼] 키오스크-평등한 기계가 되는 법

대형마트, 은행, 영화관, 음식점, 카페. 앞서 말한 장소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바로 무인 주문기, 즉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기계가 장소마다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오스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 기계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이 상당수였다. ATM 기계에서 돈을 뽑거나 지하철역에서 표를 뽑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기계가 있는 자리에는 늘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주문을 받고 결제를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과 빠르고 편리한 주문 방법에 이끌려 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이를 들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키오스크는 어느 곳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게 대중화가 되었다. 신한금융투자의 '국내 키오스크 시장규모' 보고서에도 나와있듯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벌써 2017년을 기준으로 2500억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상황을 증명해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키오스크는 업자나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는 꽤 쓸모 있고 좋은 기계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이 기계 하나만 있으면 전보다 더 빠른 회전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정보나 고객의 궁금증에 있어서 일일이 답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기계가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에서 쓴 KB은행의 키오스크 기사에 따르면, KB 은행의 한 관계자가 하이패스 키오스크 이용자가 하루 2만 여 명 정도라고 한 바 있다. 이는 키오스크의 장점인 편리함과 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기사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2812354 )

 

고객의 입장에서도 키오스크는 반가운 존재다. 주문할 때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기계 사용이 익숙한 청년층에서는 오히려 더 간편하고 빠른 이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불편함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기계 사용이 익숙하고 편한 청년층에 반해,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낯선 물건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 보니 적응하는 기간이 더 길고 그에 따른 불편함도 더 커서 긴장감을 느끼거나 위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이나 어린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어린아이들은 기계의 높이에 가로막혀 버튼을 누르는 과정조차도 힘겹다. 시각 장애인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음성지원도, 점자도 적혀있지 않은 기계는 그들이 어떠한 활동이나 주문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앞서 말한 사람들 대부분이 정보 습득력의 차이, 신체적 한계 등의 이유로 누려야 할 것을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ATM 기계의 경우는 그나마 점자나 음성지원과 같은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아직도 많은 키오스크가 이러한 사회적 약자, 소수의 불편함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채 자리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공평한 사용 기회를 제공하고 진정한 대중화를 일궈낼 때가 된 것 같다. 늘어나는 기계 수에 발맞춰, 영어 표현을 줄이고 시간제한을 없애야만 노약자나 중장년층의 위축감이나 거부감을 차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휠체어 이용자나 어린아이들의 경우를 고려해 화면의 높이를 조절하는 배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음성지원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적용하는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불편함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하나씩 보완해나가고 수정해나간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거부감보다는 익숙함을 가지고 키오스크를 대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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