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의 시사칼럼 16] 베이비 박스, 아기를 살리는 희망의 손길

 ‘베이비 박스’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베이비 박스 (baby box)는 말 그대로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이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우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2009년 12월 서울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시작하여 10년이 넘게 여러 곳으로 확대되어 실행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로 옮겨지는 아이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는 부모의 손에서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베이비 박스의 문이 열리면 건물 안쪽에서는 벨이 울리고,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간 후 안전한 곳으로 옮겨집니다. 물론 부모가 상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10대 미혼모들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 이종락 목사는 이야기를 들은 후 '너는 지금 아이를 버리러 온 것이 아니라 살리러 온 거야. 넌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을 해준다고 합니다. 어떨 땐 다시 키우기로 하는 부모들도 생기는데, 이러한 가정을 위해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공간 및 쌀, 기저귀, 분유 등이 담기니 키트를 준비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베이비박스 제도는 버려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형편이 어렵거나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부모를 위해 희망과 새 삶을 주고 있는 제도입니다. 큰 사회적 문제인 아동 유기를 줄이고 많은 생명을 살리는 우리 사회에 어쩌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아닐까요?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인 작은 공간을 통해 벌써 1,6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지고, 경기 불황 등으로 후원이 대폭 줄면서 운영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베이비 박스는 정부 지원이 아닌 개인적인 선행에서 시작된 제도이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관리비용이 넉넉하지 않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의 후원과 기부가 이어지지만, 개인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버겁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베이비 박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죄책감 없이 버리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미혼모 및 아이들을 키우기 버거운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버리기 쉽게 유도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그들은 점점 아이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게 되고, 베이비박스에 의존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해당 교회에서 기초생활비를 부정수급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지지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수급은 잘못이 맞지만 베이비 박스 제도의 기존 취지와 봉사심까지 왜곡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만큼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데에는 거액의 금액과 헌신이 필요하기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요?

 

 

베이비 박스에도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아이들을 살리려는 제도의 취지와 아이디어는 심하게 저평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부모들의 마음가짐입니다. 물론 사고로 아이를 갖게 되거나 원치 않은 아이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아이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베이비 박스는 늘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방안을 먼저 찾고,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베이비 박스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미혼모,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버리려고 한다면 아이들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고 생명에 대한 가치가 하락할 것입니다. 또한 베이비 박스는 과부하 되어 더는 수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바로 정부의 지원입니다. 이제는 사회의 재앙을 개인이 책임지지 않도록, 국가에서 힘을 써야 합니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를 더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더 많은 후원과 체계적인 관리가 도입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거나 관련 법률 및 절차를 제정하는 등 우리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고자 만들어진 희망 상자, ‘베이비 박스’가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더 심어주고, 베이비 박스 및 보육 시설, 입양 시설 등에 대한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는 10대 미혼모들의 사태를 줄이기 위해서 어린 부모가 더 많아지기 전에 청소년 임신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강간 등 성범죄를 뿌리째 뽑을 수 있도록 여성 인권운동, 양성평등 교육 등을 확대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베이비 박스가 아니라 ‘베이비 박스가 필요 없는 나라’입니다. 아이들의 생명과 인권이 보호받고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곳, 베이비 박스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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