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의 시사 칼럼] 충족과 결핍의 등가교환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서울의 한 고깃집에 갔다. 불판에 구워지는 고기보다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식당의 전면에 붙어있는 문구였다.  ‘1인 고객 적극 환영’  문구를 한없이 들여다보다 식당에 눈을 돌리니 곳곳엔 1인용 테이블과 1인용 불판이 구비되어 있었다. 고깃집 내부에는 혼자 온 손님들이 반 이상이었고 모두 각자의 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2~3년 전부터 혼밥, 혼영, 혼술 이라는 말들이 유행처럼 퍼졌다. 이는 모두 나 홀로 문화에서 파생된 신조어들이다. ‘나 홀로 문화’란 말 그대로 혼자 생활하는 ‘나홀로족’이 늘어남에 따라 만들어진 문화를 일컫는다. 1인을 위한 문화생활권이 많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혼자 음식점만 가도 무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일이 흔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식당의 풍경에서 말로만 듣던 나 홀로 문화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독신 가정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사는 생활권도 빠르게 진보의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시대와 환경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에 물리적 편리를 제공함으로써 협력의 필요성을 퇴보시킨 것이다. 앞서 말한 나 홀로 문화의 확산도 이러한 과정에 의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산업화 시대 이후 근간 30년 사이 급속도로 경제, 문화, 교통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전과 다른 변화를 겪어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국민 정신건강 상태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우울증 환자는 3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참고 자료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70916028600017나이와 원인을 불문하고 우울증의 발병률은 매년 증가 추세를 띤다는 것이다. 환자의 연령별 수치를 살펴보면 과거보다 10대들의 우울증 발병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말은 즉, 현재 국내에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참고 자료 출처: http://catalk.kr/information/melancholic-in-south-korea.html)

 

이와 같은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은 개인에 따라 다양한 편차가 있겠지만 주관적인 견해로 유추해 보았을 때 문장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듯 사회적 발전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 같은 문제에는 무엇보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한 스마트폰 보급의 활성화가 한몫한 것 같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SNS 안에서 우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간편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듯 이러한 SNS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가시적인 행복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사람은 누구나 좋지 않은 것보다 자신의 행복, 자랑거리를 중심으로 게시물을 올리게 되어있다. 이로 인해 보이는 것에 주목하면 우리의 심리는 무의식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우선시하게 되고 이는 자존감의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허상의 관계망에 빠져 있다가 현실 직시에서 오는 괴리, 상대적 박탈감과 허무, 허탈이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정보발달로 인한 SNS 사용의 과부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가상과 실상의 본능적 망각으로 타인의 시선을 1순위로 여기게 됨으로써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이야기이다. 또 이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성공 강박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의 학업적 성취에 관심이 많고 자녀의 재량 이상으로 결과를 바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학벌 위주의 제도화로 인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청소년들의 자율성, 창의성을 억압하고 독립 욕구를 떨어뜨려 심리적 위축감을 초래한다. 이렇듯 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욕이 과유불급의 원천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소년 우울증이 위험한 이유는 부모들이 자녀의 우울증 증세를 일찍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이다.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의 우울증 초기 증상을 성장 과정 중 으레 겪는 일종의 사춘기로 치부하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연유에서 우울증을 오랜 시간 방치하게 되고 결국에는 더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녀의 학교생활, 친구 관계에 항상 관심을 두고 경각심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20~30대의 청년 우울증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역시 원인은 많지만, 취업난과 실업난, 인간관계의 결핍이 주원인이다. 특히 요즘은 소위 ‘히키코모리’라고 칭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회적 교류를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병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을 고립시키고 사회와 단절시킨다고 보면 된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 이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 중심화 현상으로 인한 물질만능주의의 팽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상실을 경험하게 되고 이런 감정이 지속해서 쌓여 우울이라는 감정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 중심화 사회에서 도태된 청년들의 증가로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위와 같은 현재 우리나라 정신질환 환자 발병률의 심각성은 국가가 국민들의 정신건강 복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들의 정신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을 방치하지 않고 상담센터나 정신병원에 거리낌 없이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이 급선무이다. 요즘은 정신과 상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달리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과도기적인 상태이다. 하루빨리 정신병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는 현재 적지 않은 개수의 학생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wee 클래스 상담소와 정신 상담소가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느낌이 다분한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 홍보를 통한 이용의 활성화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의 해결방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단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가장 흔한 말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해결법이다. 사실 우리는 주위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천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개인주의 사상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거듭 언급한 나 홀로 문화가 확산하면서 공동체 구조의 차단과 단절로 급기야는 공동체의 해체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개인 파편화 현상으로 또다시 위와 같은 인간 소외현상이 악순환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내 가족과 친구, 이웃 중 내적 결핍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변인에게 안부를 궁금해하고 먼저 관심을 가진다면 현대인들의 정신 불안 문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앞서 말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인주의로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굴레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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