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생각2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1.' 인간실격에 쓰인 이 문장을 읽을 때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인간은 자아의 심적 고통을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무분별한 자기방어 기제를 사용한다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학설이 생각났다. 그와 다르게 자신의 미숙했던 삶을 그대로 인정하는 듯한 이 자기 고백적 문장은 다자이 오사무의 취약한 자아를 짐작하게 했다. 물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반성으로 그 삶을 개선하는데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에서 나타난 부끄럼은 그 삶에 능동적으로 마주하기보다 그가 바라본 그대로 수용하는 듯해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의 작품의 대표적 키워드 중 하나가 된 ‘부끄럼’은 세상과 용기 있게 만나를 기 어렵게 했을 것을 생각해 본다. 그의 작품, 곳곳에 묻어나는 회피적이고 의존적인 모습은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의 아바타 같은 ‘요조’가 삶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 작품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세상 속에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평가하며 고통스러워한 그가 어리석게도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유리 같은 내면으로 세상이 너무 두려웠을 그를 생각하자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기에 자살이라는 선택과 결정을 반복했던 것인지, 사실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어쩌면 기질적으로 예민하게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에 대한 완벽할 만큼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스스로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는 얼마나 불안했던 것일까. 세상에서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데 위험을 느낀 것인지, 그가 세상을 얼마나 신뢰하지 못했는지 예상하게 한다. 언제 든 내게 공격할 수 있는 세상에 우스꽝스러운 자기로 사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가면을 쓰고 세상에 나서야 하는 그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불안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한편, 자기만의 생각과 결정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그의 태도를 보고 있으니 어쩌면 그가 오만한 사람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해본다. 실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에 도전했으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강하게 불만감을 드러냈던 그의 모습에서 그의 색과 다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드러내는데 어려웠던 그가 자기 작품이 인정받지 못하는데 강한 반응을 보인데 ‘이것은 무엇일까?’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그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자면 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를 축적하는 방법과 빈부의 격차 등에 늘 모순을 느끼며 자신을 혐오하며 살아갔던 그가 경제적 지원받지 못하게 되자 승복했던 다자이 오사무. 그의 선택과 결정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사람이었는지 살짝 알 것 같다.

 

세상과 긍정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기혐오로 외롭게 살아간 다자이 오사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에 상당한 부를 축적한 집안의 아들로 차별적인 대우가 불편했다. 그 가운데 긍정적 자아상을 확립하고자 했는지 소설가를 꿈꿨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고자 자신이 존경한 작가였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상에 도전했으나 차석에 그쳤다. 이 경험에 더욱 자기혐오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선고 위원이었던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출전한 그의 작품에 대해 ‘현재 생활에 어두운 구름이 끼어 있어 재능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했다고 한다.2 아마도 그의 부정적 자아상이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도 ‘부디, 저에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에 주십시오.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저에게 명예를 내려주십시오’라며 재평가를 바랐던 다자이 오사무. 여기서 그가 얼마나 부정적 자아상을 버리고 싶었는지, 자기혐오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세상 속에서 자기를 혐오하며 고독하게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 오히려 그는 그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길 원했던 것일까. 그에 대한 일화를 처음 읽을 때, 모순적인 그의 발언에 당황했고 한편, 솔직한 고백에 그의 인간미를 발견하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자기 혐오적인 부정적 자아상은 여전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 '인간실격' p.13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인용 : '만년'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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