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빈의 독서 칼럼] 글을 못 읽는 사회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영상 매체의 발전으로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화려한 영상과 신나는 음악, 간결한 자막은 간편하게 한 손으로 세상 모든 것을 보는듯한 기분을 들게 하니까. 심지어 요즘은 일명 '쇼츠 영상' 이라 불리는 짧은 영상도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이것들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방금 전까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 온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기를 바란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이런 영상 매체는 곧 청소년들을 난독증과 빈어증으로 이끌기도 한다. 난독증은 쉽게 말해 글을 이해 못 하는 증상, 빈어증은 언어가 부족한 증상이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고 문장들을 자주 접하지 않다 보니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고 어휘력이 부족해서 학습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sns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유행어와 줄임말 같은 쉽고 휘발성이 높은 단어만 사용하다 보니 말을 할 때 적절한 어휘를 고르는 것도 어려워한다. '헐, 대박, 쩐다' 와 같은 말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감탄사로 종종 쓰고는 하지만 글을 읽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글 못 읽고 말 못 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간단하게 자가진단을 해보자. 지금부터 나올 질문에 자신이 몇 가지나 해당하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첫째, 교과서의 지문이 길 때 종종 이해가 어렵다. 둘째, 학교 시험에서 질문이 이해가 되질 않아 문제를 찍은 적이 많다. 셋째, 선생님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고,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넷째, 소설을 읽을 때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이해가 안 되거나 처음부터 다시 읽을 때가 많다. 다섯째, 말을 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 중 두개에서 세 개 이상이 해당 된다면 난독증과 빈어증을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무시무시한 글을 못 읽고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꾸준히 긴 글을 읽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당장 책 한 권을 다 읽으라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 한 장에서 세장이면 충분하다. 처음에는 교과서의 글을 다 읽는 것에서 시작해 짧은 수필 같은 글 나아가 장편의 소설을 읽어 가면 어느새 나의 글 읽는 실력과 말하는 실력은 훨씬 나아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 단어를 외우듯 한자어나 다의어, 동음이의어 등을 외워보자. 하루에 다섯 개만 공부해도 말을 할 때 단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더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고, 같은 소리가 나지만 다른 뜻을 가진 말이나 한 단어와 비슷한 말이 많아 이런 습관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이 글에만 한자어가 얼마나 쓰였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를 위해 개그 영상 한 편 볼 시간에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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