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빈의 전통 문화 칼럼] 사라져 가는 전통을 위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전통

 

길을 걷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한복을 입는 사람보다는 양복을 입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학생들의 교복도 한복보다는 정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건물도 마찬가지이다. 늘어진 처마와 나무 기둥 대신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만이 수두룩 빽빽하다. 거리의 간판에서는 한글보다는 영어와 영단어를 찾기 편하다. 우리는 전통을 찾아볼 수 없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 전통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익힐 전통이 없다. 학교 수업 시간에서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전통이다. 늘 중요하다 말하는 '우리의 것'이지만 정작 배우고 가르치며 보존하는 이는 어디 있는 걸까?

 

이른바 '왕릉 뷰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한 번 정도는 들었을 것이다. 작년 9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황당무계한 사건이다. 건설사 세 곳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서 아파트를 올렸다. 상호 간 고발전까지 이어졌지만 결론은 인천 서구청 허가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참담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다. 아파트 건설 중지를 바라는 시민들의 청원이 올라가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 사회는 점점 스스로 전통을 파괴하고 짓밟는 중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산을 가리는 장대한 콘크리트 건물들. 참담하다. 나라와 사회가 전통과 유산보다는 자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람들은 옛것을 고지식한 무언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한복은 불편하고 국악은 따분하다. 국어와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교와 학생은 점점 줄어들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악습이나 폐단이 아닌 단순 우리 전통까지 사라져야 하는 이유를 도통 알지 못하겠다.

 

물론 곳곳의 노력도 있다. 생활 한복으로 교복을 만드는 학교, 전통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고전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전통 문양으로 물건을 만드는 디자이너 등. 엄청난 노력이고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정작 정부와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 심지어 제주 지역의 언어는 유네스코 지정 소멸 언어이고 (레드북 4단계) 제주 민요 계승자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구비 전승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라져 가는 전통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것, 전통이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보다 많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생활 한복을 입고, 고전 문학을 읽어보자. 국립 극장에서는 항상 전통 창극이나 무용, 판소리 공연 등을 하니 찾아가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의 손을 잡고 이번 여름휴가는 전통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 사람, 두 사람 작은 실천들이 모여 기억하고, 보존해나간다.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전통을 지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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