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독서 칼럼] 글자를 마음에 아로새기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과 표지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도대체 글자가 어떻게 아로새기는 것이고, 왜 스물 일곱가지의 세상인지 궁금했다. 이건 과연 소설일까, 철학책일까, 에세이일까, 이름은 왜 ‘글자 풍경’ 일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책 표지에 있는 저 토끼와 강아지도 글자인 건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나도 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란 이유는, 이 모든 게 표지만 보고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정말로 풍경에서 보는 글자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등 많은 대륙을 돌아다니며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글자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놀랍게도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거의 다 사라졌는데 이 궁금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부분에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풍경’이라는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홍콩을 다룬 부분이었다. 홍콩은 식민 지배를 오랫동안 당했기 때문에 홍콩어와 영어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와 한자가 같이 쓰이는 것을 보며 부조화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저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이질감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광둥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되는 것도, 건물 양식은 완전히 서양식이지만 그 안에서 광둥어와 영어가 함께 공존하는 것도 이질감이 없다. 사실 이런 건 이론상으로는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한다. 이론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홍콩에 있는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홍콩의 실용주의를 이야기했다. 홍콩 사람들은 디자인이 아니라 빨리 글자를 읽어야 하므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아닌가하고 이야기했다..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 실용주의라는 것은 글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제 내가 궁금했던 것을 풀어 보려고 한다. 이 책의 장르는 철학이자 에세이이자 수필,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담겨 있는 책이라는 것을 시작할 때부터 느꼈다. 또한 이 책 표지에 나온 저 토끼와 강아지, 이 둘은 거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악보’에서 알게 된다. 악장이 다 끝나거나 곡이 다 끝나면 저런 식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다양한 그림은 127p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27가지의 세상인 이유는 파트가 27개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책에 나와 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파트를 다 세어보니 27개여서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나는 글자를 볼 때 폰트에도, 폰트의 크기에도, 특히 폰트가 어디에 들어갔는지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이 부분을 읽을 때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내가 폰트나 글자에 관련된 것을 유심하게 볼 때라고는 글을 수정할 때나 글을 읽을 때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글자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조화와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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