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時 칼럼] 진정한 승리자의 노래

고맙다 적들아

최근에 문득 ‘승리’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승리'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는 승리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까? 내가 원하는 나는 '승리한 삶'을 살아가는 나일까? 그러던 중 우연히 글을 하나 읽고 이 시를 접하게 되었다. 

 

‘승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어떤 사람은 나폴레옹을, 누군가는 독립운동가를, 또 다른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국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 먼지투성이가 되어 결국 정상에 오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은 이런 ‘승리’에 관한 시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이 시는 시인 박노해의 <고맙다 적들아>라는 시이다. 시인은 자기 적들에게, 상처에게, 고난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있어서 자신을 찾았고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난 이 시를 보며 ‘진정한 위너(winner)’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과거의 적들에게 감사하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있었기에 승리라는 것은 더 값지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시험을 본다고 생각해보자.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받은 100점과,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받은 100점 중, 무엇이 더 값진 100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험공부를 하면서는 정말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런 고통을 잊게 만드는 것이 바로 ‘승리’와 뿌듯함이다. 물론 100점을 받은 것만이 승리는 아니다. 각자에게 승리는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승리의 거름은 승리하기까지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시인은 자신의 적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새로운 자신이 새로운 적들과 맞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한 번의 전쟁과 한 번의 승리로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전쟁이 우리에게 올 것이고,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또 이전보다 많은 적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전쟁에서 우리는 승리할지도, 패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패배한다고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그 패배는 또 다른 전쟁에서 승리의 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성공은 고난을 동반 (인용: VVS-미란이, 먼치맨, 쿤디판다, 머쉬베놈)’ 이라는 가사가 있다. 성공하기까지 많은 고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오늘 다룬 시와 동일한 말이다. 성공도, 승리도 모두 값진 이유가 바로 ‘고난’이다. 승리의 자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기반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당신은 전쟁 중인가, 아니면 전쟁에서 패배했는가? 또는 승리했는가? 현재가 어떠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새로운 나를 만들어 준 것들에 감사하며 ‘진정한 승리’를 누리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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