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이의 독서 칼럼] 나이가 들수록 어린왕자와 함께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어린왕자'

'어린왕자'라는 책은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작은 별에서 떠나 주위 다른 별들을 여행하다가 7번째 별인 지구에 찾아온 한 왕자의 이야기이다. 왕자는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어른들을 만나고, 그럴 때마다 어른들의 일에 의아함을 품는다. 그는 호기심이 많고 모르는 것은 꼭 질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뭉친 그를 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슬퍼진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학생이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학생'이 무엇인지 궁금할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가 학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른 어느 나이대보다 더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지요"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덧붙여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하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어른들에게서 느낀 것과 같은 지루함이 드러날 것이다. 나의 대답이 그가 지구에 오기 전에 만났던 어느 별의 한 사업가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익을 충족시킬 일 외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러한 사업가를 말이다. 십 대인 우리는 학교에 다니며 항상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어느 대학이 좋고, 어느 대학이 나쁘고, 또 어느 것이 올바른 공부이고, 어느 것이 올바르지 못한 공부인지 등을 논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책을 읽은 누구나 이 문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들 눈에 들기에 반짝거리는 삶을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우리는 함께 지내는 친구들조차 경쟁자라고 의식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 고민에 앞서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당신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려운 문제를 척척 푸는 사람들도 이런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훈련받은 것은 수능을 위한 공부법으로 농축된 것이니 자신에 대한 통찰이 들어갈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몰라서 답답하다. 무엇인가를 특출나게 잘하지도 못하고,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학생인 누구든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꾸중을 듣는다. 무엇을 위해서? 자신들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정하지도 못한 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진심으로 의심된다. 이것은 책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기차의 정거장에 서 있는 어린왕자의 모습. 한 기차가 출발하고, 다른 기차가 들어오고, 또 그 기차가 출발하면 또 다른 기차가 들어오는 무한의 굴레이다. 그곳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의식도 없이 기차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그저 아이들만이 변화하는 창밖 풍경을 보려는 목적이 있을 뿐이다.

 

'어린왕자'를 읽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다고 말한다. 순수한 어린 시절에 읽었던 기억은 그날의 기억과 함께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온갖 세상의 지식이 편견과 나이와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읽었을 때의 감동 또한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나이에 이 책을 읽은 나는 감사함을 느꼈다. 내 생각에서 이 책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잊고 지냈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어떤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권리를 우선으로 주었다. 그런데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갔던 것이다. 질문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할까? 어려서는 모든 것에 신비함을 느껴 질문하는 것조차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리다'라는 이유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다.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고 압박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런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질문하는 법을 수치로 생각하거나 잊어가는 것이다. 아무런 부담이 없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질문할 수 있는 태도를 어린왕자에게서 본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닌 나이를 먹어가는 학생들이거나 '어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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