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우의 영화 다시보기] 현실이라서 꿈만 같고, 꿈이라서 현실 같았다.

영화 ‘인셉션’ (2010):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창의적이지만, 묵직하다.

 

 

(영화 인셉션의 포스터, 작품속의 배우들의 비장함은 물론, 뒤의 배경을 통해서 영화 특유의 비현실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생각은 바이러스와 같아. 끈질기고, 전염성이 강해. 아주 작은 생각의 씨앗이라도 자라나면 한 사람을 규정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지." (An idea is like a virus. Resilient, highly contagious. The smallest seed of an idea can grow. It can grow to define or destroy you.)  -인셉션의 대사 중에서

 

‘어렵다!’ 영화의 OST 음악을 들으면서 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영화가 참 영리하다‘ 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았다. 꿈을 주제로 다룬 영화답게 비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인 느낌이다. 한마디로 장황하면서 몽환적이지만, 그 중심적인 내용은 의외로 매우 단순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영화 리뷰 유튜버들이 이 영화를 다룬 바 있고, 그들이 올린 영상에 달리는 댓글을 볼 때 마다 나오는 댓글 유형 중 대표적인 것이, ‘정말 충격적이다.’와 더불어서 ‘결말을 몰랐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다.’이다. 사실 글쓴이는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를 관객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셉션은 앞서 말한 유튜버들 같이 이해를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영화의 내용은 물론이고 결말을 이해하는 데 난항을 겪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인셉션은 2010년대 SF 영화계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는 한다. 인셉션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간단한 이유에 있다. 중심적인 플롯은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이를 둘러싸는 세부적인 요소들이 매우 복잡한 인과 관계로 엉켜있을뿐더러, 장면 속 상황이 꿈속 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 ‘코브’를 중심으로 그의 동료들과 그의 아내인 ‘멜’이 등장한다. 코브는 ‘사이토’라는 일본의 거물에게서 경쟁사 사장을 방해하기 위해 그의 머리에 ‘생각’을 심으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최종 목표인 ‘인셉션’ 이다) 의뢰를 받는 조건으로 도망자 신세를 면할 수 있는 코브는 유능한 동료를 모아서 목표물의 꿈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목표물의 꿈에서 코브는 자신의 죽은 아내인 멜을 보게 되고, 아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코브는 멜의 방해를 받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의뢰받은 일은 곧 코브 자신과 죄책감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인셉션은 그 특유의 촬영 기법 때문에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이는 CG를 최대한 (컴퓨터 그래픽) 사용하지 않고, 현실에서 촬영 가능한 장면은 실제로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작품 안에서의 ‘회전 복도 전투 장면’ 인 데, 실제로 회전하는 복도를 세트로 구현한 다음 배우가 회전하는 세트 안에서 와이어를 매달고 연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와이어나 세트에 돌출된 촬영 장비들은 모두 CG를 통해 지웠다. 이러한 노력으로 CG로는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특유의 독창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영화의 OST를 비롯한 사운드트렉은 각 장면에 전율을 흐르게 한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코브는 집으로 꿈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장면에서 코브는 자신이 꿈속에 있는지, 아닌지를 분간시켜주는 팽이를 돌리게 되는데, 이 팽이가 클로즈업되면서, 팽이가 도는 것을 멈추려는 듯, 멈추지 않으며, 미묘한 상태에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팽이가 계속 돌면, 꿈속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 되는 셈이다. 다만 감독은 영화가 해피엔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어렵고 복잡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적이면서 묵직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생각이라는 씨앗 하나가 사람을 바꾼다고 했고, 이 영화는 그 ‘씨앗’을 어떤 영화보다도 창의적이고 대담한 접근으로 풀이해내고, 결말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아직도 인셉션이 영화계에서 회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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